합병신고 481일만에 인수 불허 결정
심사기간 장기화... 돈 묶이고, 주가↓ 불확실성↑ 경영리스크 심화
공정위 최근 4년간 기업결합 평균심사일수 12.2일
법정심사기한... 심사 접수일 ~ 최종 결과가 나오는 시점까지 소요 일수로 제한해야
지난 21일 공정위는 메가스터디의 공단기 인수를 불허한다고 결정했다. 메가스터디가 합병 심사를 청구한지 481일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수 천억원의 인수자금을 쏟아붓고도 합병승인이 안 나 자금이 묶이면 '현금이 체력'이고 '시간이 돈'인 기업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축내는 낭패에 빠지게 된다. 주가가 곤두박질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메가스터디가 딱 이런 상황이었는데 오랜 진통 끝에 '해피 앤딩'이 아닌 '인수 불허'라는 쓴 잔을 받은 것이다.
◆ 481일만에 무너진 '사교육 석권의 꿈'
2022년 10월 21일 수능 시장 점유율 1위 메가스터디교육은 공무원시험 시장 점유율 1위인 공단기를 인수하기로 하고 합병계약을 체결(계약금 1718억원)했다.
메가스터디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합병심사를 신청한 날짜는 다음 달인 2022년 11월 18일이었다.
사실 메가스터디-공단기 합병은 공정거래법상 승인이 어려운 사안이었다. 메가스터디는 대학입시시장 점유율 1위인데다 공무원시험시장 점유율 2위이고, 공단기는 공무원시험시장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메가스터디는 대학입시시장 1위에 공무원시험시장 1위의 압도적 점유율을 갖는다. 두 기업이 합병하여 더욱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게 하는 사안은 독·과점 강화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승인이 어렵다. <참조 : 조세일보 보도, [심층진단] 메가스터디·공단기 합병 1위+1위 결합, 최초 사례 나올까?>
하지만, 합병 승인이든 불승인이든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일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합병건이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합병이 가능하면 '승인'을, 합병이 불가하면 '불승인'을 내리면 되고, '조건부 승인'이라 하더라도 시장의 이해관계가 국내에 국한되기 때문에 검토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릴 이유가 별로 없어 보였다.
늦어도 지난 11월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했던 메가스터디 주주들은 공정위가 심사건을 전원회의에 회부하면서 작년 연말을 넘겨 금년 1분기로 결정이 연기되자 참다못해 격분하기도 했다.
공단기 인수를 위해 1718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한 메가스터디와 주주들의 소통방을 보면 주주들은 타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글로벌기업과의 합병도 아니고 사교육 시장의 단순한 합병 건에 대해 공정위가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은 '기업 발목잡기'라고 성토를 했다.
일부 주주들은 공정위에 제기한 민원에서 공정위 관계자가 "빠른 처리"를 약속했지만, 심사기간이 1년이 넘어가야 할 사안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공정위 담당자는 "큰 산업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통계도 내고 산업동향 보고서도 발간하는데 이 건은 업계의 자료가 빈약하고 경쟁 우려가 큰 사안인데다 정부 차원에서 공신력 있는 시장 동향 자료가 없다보니 시장 현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지연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 3월 13일에야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어 경쟁제한성 판단 및 시정조치에 대해 인수불허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메가스터디가 공단기의 주식 95.8%를 취득하는 건이 공무원 시험 강의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해당 결합을 금지하는 조치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공정위가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 이후 8년 만에 기업결합을 불허한 사례였다.
◆"너무 늦었다"... 심사 기간 줄여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기업결합 심사 접수 건수는 3779건이고 심사 처리 완료된 건수는 3772건 이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동기간중 기업결합 평균 심사 일수는 12.2일이 소요되며, 최단 심사기간은 단 하루, 최장 심사 기간은 120일로 다소 편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결합의 신고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1조 ⑥, ⑦항에 의거하면 기업결합 신고일부터 30일 이내에 심사하도록 되어 있으며 별도 인정할 경우에는 90일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이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를 받은 후 12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자료에 따르면 심사 기간이 120일을 초과한 건은 단 한건도 없다.
공정위 담당자에 의하면 "신고서 내용이 미비한 경우 보완 요청을 할 수 있으며, 보완에 소요된 기간은 심사기간에 불산입하게 되어 있어 자료보정기간은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자료에 의하면 디지털 경제 고도화, 4차 산업기술의 융합 등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구조조정·산업재편 성격의 M&A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결합 신고·심사건이 '09년에 413건에서 '22년에는 102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09년 413건 ⇒ '14년 571건 ⇒ '19년 766건 ⇒ '20년 865건 ⇒ '21년 1113건, '22년에도 1028건)
이로 인한 심의 지연 우려에 대한 공정위 담당자는 "기업 결합 관련 외부 수요는 많고 인원이 한정적 이다 보니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말 인력 정원을 포함한 과거 기업결합과 1개과에서 국제기업 결합과를 하나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기업합병 전문가들은 "심사 과정이 지연되면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치거나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심사 지연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정 심사기한의 기산일과 만료일은 합병심사 접수일로부터 최종 결과가 나오는 시점까지 소요된 일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