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1위 결합, 최초 사례 나올까?

■ 메가스터디... 사교육 시장 석권위해 공단기 합병 추진

 

■ 합병심사가 길어지는 이유

사실, 메가스터디와 공단기 두 기업의 합병은 독과점 해소와 소비자편익을 기관의 목표로 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로선 허용해 주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각각 시장 점유율 1위 기업끼리 합병하여 하나의 기업이 두 개의 시장에서 1위를 석권하는 사례의 합병을 공정위가 승인해 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메가스터디는 과점을 해소하는 조건의 '조건부 승인'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었지만, 윤석율 정부의 사교육 억제 방침이 나오면서 공정위 심사에 급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비정기(특별)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는 메가스터디가 악재를 극복하고 무난히(?) 합병 승인을 받는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입시와 취업교육 시장을 모두 장악하는 사교육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있지만 합병이 좌절된다면 이미 500억원 가량의 합병자금을 쓴 메가스터디로선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가스터디+공단기의 합병심사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주 조세일보와 통화에서 "(공단기 합병 심사 건이) 아직 진행 중에 있다"면서 "사실 언제 끝날지는 완료되기 전에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요한 사업자 간에 결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직접적 경쟁 관계에 있었던 사업자이다 보니, 보통 경쟁관계 사업자 간 수평결합, 직접경쟁 사업자끼리 하는 결합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어떤 피해가 가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면밀하게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기업결합 건은 유력 사업자끼리 하면 좀 문제가 있어서 저희가 허용하지 않거나 아니면 조건을 강하게 붙이거나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두 기업의 합병심사에 공정위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공정거래법을 보면 이해가 간다.

공정거래법은 '풀네임'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약칭, 공정거래법)이다. 이 법은 제1조(목적)에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독과점적 '시장구조의 개선'을 강하게 명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상품이나 용역의 공급시장 또는 수요시장에 대하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공정거래법 제4조)고 명시돼 있다.

공정거래법 제5조(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에서는 시장지배적사업자는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 독과점 가능성 있는 기업합병도 엄격히 규제

독과점 우려가 있는 기업의 결합(합병)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9조(기업결합의 제한)는 "누구든지 기업결합으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금지하고 있는 행위로는 ▲다른 회사 주식의 취득 또는 소유 ▲임원 또는 종업원에 의한 다른 회사의 임원 지위의 겸임(이하 "임원겸임"이라 한다) ▲다른 회사와의 합병 ▲다른 회사의 영업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양수ㆍ임차 또는 경영의 수임이나 다른 회사의 영업용 고정자산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양수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 한 9조 제③항은 기업결합의 당사회사의 시장점유율(계열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한 점유율)의 합계가 다음의 요건을 갖춘 경우 기업결합이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요건으로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해당 거래 분야에서 제1위인 경우 ▲시장점유율의 합계와 시장점유율이 제2위인 회사의 시장점유율과의 차이가 그 시장점유율의 합계의 100분의 25 이상인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 '조건부' 합병 승인 고심 중... "전례 없어"

공정위가 합병승인을 해 주는 방법은 '과점해소를 조건으로 한 합병'이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가 과거 '시장점유율 과점 기업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이라는 명분으로 해 준 사례가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병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기아차는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부실에 처한 상황이었다.

공정거래법은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 과점기업의 결합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예외적인 상황이란 ▲해당 기업결합 외의 방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큰 경우 ▲상당한 기간 동안 대차대조표상의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작은 상태에 있는 등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정하고 있다.

메가스터디의 공단기 인수가 현대차·기아차의 합병과 같은 케이스라면 어렵지 않게 합병승인을 내릴 수 있겠지만 메가스터디는 입시시장 1위, 공단기는 (부실기업이 아닌) 공무원 시험시장 1위 기업이라 케이스가 완전히 다르다는 게 공정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기아가 IMF 때 회사가 어려워 해체되면서 현대차가 인수한 적이 있다. 그때도 굉장히 유력한 사업자들간 결합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허용해 줄 조건이 있어서 조건이 있긴 했지만 그 허용(조건부 승인)한 사례와 지금 건은 비교가 좀 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경우 기업결합이 허용되지 않으면 기아차가 파산하는 형태에 이르렀을 것고 따라서 기업결합을 못 하게 하는 것보다는 하게 해서 그 자원을 활용하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당시 공정위가 판단한 것 같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거듭 "기아차는 아주 특수한 경우고, 다른 인수 대상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놔두게 되면 파산하게 되고 그 장비나 인력이 사라지게 된다. 개별적으로 매각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어떻게 보면 독점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더 효율적이지 않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인정된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기아차 합병은) 그래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건데, 이 건(공단기 합병 건)은 사실 사안이 똑같진 않은 것 같다. 회사가 뭐 도저히 이 기업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냐...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건부 승인에도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더구나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해 주면 ▲부실기업이 아닌 1위 기업 간의 합병·승인이라는 최초의 사례를 공정위가 만들어 낸다는 점(이후 유사한 케이스의 합병신청 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 ▲무늬만 조건부 승인이지 사실상 일정 기간이 경과 한 후에는 과점기업으로의 복귀 가능성이 커 '눈 가리고 아옹'식의 승인이라는 비판을 사교육계 경쟁사로부터 들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쟁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E사 관계자는 최근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회사의 결합으로 공무원 시장의 주요 강사진이 몰리게 돼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보다 더 큰 효과로 작용 돼 사실상 완전 독점으로 시장을 저해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메가스터디교육 담당자는 "공정위의 합병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알 수는 없으나 서류 보완은 계속 이어졌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심사결과에 대한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조건부 승인"을 예측했다. 공무원 시장의 역성장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 놨다.

에스티유니타스(공단기) 측은 조세일보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회피했으며 "공무원 사업 매출 규모도 알려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