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지정학적 위험 낮아 '공급망 거점' 급부상
인텔·글로벌파운드리·인피니언·뉴웨이즈 공장 건설
숙련된 노동력·낮은 인건비 수출 경쟁력 확보 강점
◆…말레이시아 이포에 위치한 유니셈 반도체 공장. 사진=로이터통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경쟁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말레이시아가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지정학적 위험이 낮은 말레이시아에 투자를 확대하고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투자개발청(MIDA)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칩 패키징, 조립 및 테스트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2021년 12월 말레이시아에 칩 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2024년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텔 말레이시아 법인 책임자인 아익 킨 총은 "말레이시아는 숙련된 노동력, 강력한 인프라, 탄탄한 공급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해 9월 페낭에 공장을 건설했다. 글로벌파운드리 수석 부사장인 탄 유 콩은 "지역 정부의 미래 지향적인 정책과 강력한 지원 등으로 업계가 번창할 수 있는 강력한 생태계가 구축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독일 최고의 반도체 회사인 인피니언은 2022년 말레이시아 쿨림에 세 번째 웨이퍼 제조 공장을 증설했고 네덜란드 칩 장비 제조업체의 핵심 공급업체인 '뉴웨이즈'도 지난달 클랑에 새로운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도 말레이시아로 생산지를 옮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이 말레이시아를 활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툭 세리 웡 시우하이 말레이시아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은 "많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중국의 '플러스 원'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가 반도체 제조 공정의 허브로 부상하는 이유로 다른 나라 대비 수출 경쟁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인그니아벤처파트너스 대표 잉란 탄은 "포장, 조립 및 테스트 분야의 숙련된 노동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정경대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LSE IDEAS의 국제 관계 프로젝트 책임자인 켄드릭 챈은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백엔드', 특히 조립, 테스트 및 패키징 분야에서 약 5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구축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정책 컨설팅회사인 데이터 거버넌스 실무책임자인 메이 앤 림은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에서 말레이시아는 혜택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