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성 치매 진단받은 70대 살인 동기 없어
재판부 “범행 당시에는 분별능력 상실된 상태”
법원, 간병인 도움 필요해 요양시설 관리 적절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사진=연합뉴스
같은 병실 환자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70대 치매 환자에게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77)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21년 8월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알콜성 치매 환자 A씨는 병실 밖으로 나가려다 간호조무사에게 여러 번 제지당한 뒤 출입문 쪽에 놓여있던 둔기로 자신의 침상 오른쪽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 B씨를 여러번 가격했다. B씨는 외상성 다발성 두개골 골절 등 상해를 입고 사흘 뒤 숨졌다.
A씨를 돌봐 온 간호사나 요양보호사는 A씨가 B씨를 공격할 이유나 동기가 전혀 없거나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A씨를 진료해 온 병원장은 섬망 증세(중증 치매로 인한 망상)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2008년 처음 알콜성 치매 진단을 받은 A씨는 2018년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받은 이후 치매 증상이 더 심해져 2020년부터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사건 이후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에서 실시한 정신감정 결과 A씨는 중증 인지장애 상태에 있으며 범행 당시에도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평가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름, 거주지 등은 답변했지만 범행 동기나 경위 등은 기억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1심 재판에도 출석하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범행 당시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인지기능이 현저히 저하돼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구별하거나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은 항소했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A씨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A씨는 현재 다른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한 A씨가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어 치료감호시설보다 요양시설에서의 관리가 더 낫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