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政事, 나라를 다스리는 일)란 무엇입니까?

반성 모르는 정부와 지록위마 대통령실

공자 "백성의 신뢰가 으뜸"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데 모자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두발언 중 일부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시종일관 '국정방향은 옳은데, 소통부족이 문제'라는 변명(?)이었다.

총선 참패라는 집권 여당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나온 일성이 '국민에 대한 사과'일 것으로 짐작했던 여야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2년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라는 점에 큰 이의가 없다면, 총선 결과 '식물대통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때에 윤 대통령의 진정어린 사과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었을까.

잠시 2500여년 전 공자가 제자인 자로와 나눈 문답(논어 안연편)을 보자.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정사(政事, 나라를 다스리는 일)란 무엇입니까? 라고 묻자, 공자는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충분하게 하고, 백성이 신뢰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자공이 다시 "만일 부득이하게 셋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버려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군비를 버려야 한다"고 답한다.

자공이 다시 "만일 부득이하게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이 먼저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양식을 버려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죽기 마련인데, 만일 백성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정부는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한다.

시공을 거슬러 오늘날 한국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총선은 무엇보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가장 컸다는 점에 다수의 정치평론가들과 국민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것이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태원참사와 그 대응 방식에서부터, 바이든-날리면으로 대표된 언론탄압과 KBS 박민 사장 취임 후 드러난 일련의 방송 파행, 진행자들의 황당한 교체 과정들을 떠올려보라.

이에 더해 채상병 사건과 그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개입 의혹과 대통령실의 전화 등에 드리워진 음습한 직권남용 의혹도 국민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디올백 수수 사건 보도 후 공식행사에서 사라진 영부인과 반대로 빈번한 민생토론회를 통해 야당으로부터 선거개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의 행보, 이 과정에서 물가를 잡겠다며 현장을 찾은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이 국민들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경제(고물가, 고환율, 고유가)는 총체적인 난국인 가운데, 외교 문제도 군사 문제도 모두 위태로운 지경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제 정부는 입을 틀어막을 게 아니라, 귀를 내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의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이해 보인다. '국정방향은 옳은데, 소통부족 등 디테일하고 세밀한 부분을 챙기겠다'는 대통령실의 반응이 한가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지록위마(指鹿爲馬)가 판치는 세상, 지부상소(持斧上疏)의 결기있는 참모가 없는 용산에 봄꽃만 어지러이 흩어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