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고객 위치정보' 공유한 이동통신사들에 2700억원 벌금 부과

미국 당국은 조사 결과 이동통신사들이 동의 없이 고객들의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공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자국 통신사들이 상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용자의 위치 정보 기록을 교도소를 포함해 제3자에게 부적절하게 공유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통신사들은 고객들의 위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집계업체들과 공유했으며, 이들은 데이터를 다시 제3자에게 되판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사별 벌금 규모는 버라이즌이 4690만 달러(약 645억원), AT&T가 5730만 달러(약 789억원), T모바일이 8010만 달러(약 1103억원), 스프린트가 1220만 달러(약 168억원)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2020년 합병했다.

이들에 대한 벌금 합계는 1억9650만 달러(약 2705억원)에 이른다.

FCC는 보도 자료에서 "2018년 언론 보도와 의회 조사를 통해 이 문제가 밝혀진 후 통신사들은 불법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실제로 이를 중단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각 통신사들은 고객 동의에 관한 의무를 하위 수신자에게 떠넘기려고 시도했다"며 "이는 많은 경우 유효한 고객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FCC의 벌금 처분에 해당 통신사들은 항소할 뜻을 전했다.

AT&T는 성명을 통해 "FCC의 명령은 법적, 사실적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동의를 얻기 위한 계약 요건을 다른 회사가 위반한 것에 대해 우리에게 부당하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AT&T는 "응급 의료 상황 및 차량 긴급출동 서비스와 같은 고객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에 대해 위치 서비스를 공유해 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버라이즌도 성명에서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 명의 악의적인 행위자가 고객 정보에 무단 접근할 경우 우리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차단하고 프로그램을 종료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FCC의 명령은 사실과 법률 모두에서 잘못됐으며 우리는 이 결정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T모바일은 성명을 통해 자사의 위치 데이터 공유 프로그램이 "길 찾기, 사기 방지, 긴급 대응과 같은 중요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후 5년여 전에 중단됐다"고 밝혔다. T모바일은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책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FCC의 약속을 항상 지지해 왔다"면서도 "이번 결정은 잘못된 것이며 벌금 처분은 과도하다. 항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018년 오리건주 민주당 상원의원 론 와이든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대폰 위치 정보는 교도소 실시간 영상 면회 서비스 제공업체인 ' Securus Technologies'사에도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와이든 의원은 잘못하면 데이터가 거의 모든 미국인을 감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FCC에 조사를 요청했다.

와이든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가입자 중 누구도 자신의 이동 경로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판매하도록 이동통신사에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를 끝까지 진행하고 고객의 생명과 직결된 개인 정보를 불법 공유한 업체에 책임을 묻는 FCC의 결정을 응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