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무총장 아들 ‘세자’라 불러... 채용 의혹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자녀 특혜 채용과 근무태만 등을 확인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30일 감사원은 중앙선관위 및 8개 시도선관위 관계자 27명에 대해 전날 대검에 수사 요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특히 선관위 최고위급 인사 다수가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연루됐다는 구체적 정황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이들에게 직원남용·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증거인멸 등 형법과 청탁금지법,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인사들은 과거 언론 보도를 통해 김세환·박찬진 전 사무총장(장관급), 송봉섭 전 사무차장(차관급) 등으로 알려진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들은 경력 공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자녀를 채용시켰으며, 채용 이후에도 여러가지 편의를 봐주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지난 2019년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이 인천선관위 경력채용에 응시했을 당시 면접위원 3명은 모두 김 전 사무총장과 친분이 있는 내부 직원으로 그 중 2명은 만점을 줬다. 선관위 직원들은 이렇게 채용된 김 전 사무총장 아들을 내부 메신저에서 '세자'라고 부르는 등 특별 대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사무총장의 딸은 지난 2022년 전남 선관위 경력 채용에 응시했는데, 전남 선관위는 이 과정에서 외부 면접위원들에게 '평정표 점수를 비워둔 채 서명해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이후 다른 인사 담당자가 면접 점수를 기입해 합격시켰다.

여기서 언급된 세 명의 전직 간부 외에도 감사원은 2013년 이후 실시된 지역선관위 경쟁채용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매 채용에서 규정 위반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위반 건수만 8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앙선관위 경채 400여 건을 포함하면 적발된 위법·절차위반 사항은 1200여 건에 이른다.

한편, 한 시단위 선관위 간부는 허위 병가 사용 등으로 8년에 걸쳐 170일 이상을 무단으로 해외 여행을 했다. 한 직원은 근무시간 중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다녔음에도 이를 묵인하는 등 직원들의 복무기강 해이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5월 특별감사 결과 전 사무총장 등 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며 "권익위 고발 등에 따라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감사원의 수사 요청에 대해서도 결과를 지켜보고 수사결과에 따라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