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러 가스 불매"...'푸틴 자금줄' 가스프롬 20여년 만에 적자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 1999년 이후 첫 순손실

에너지 판매 수익 제한하려는 서방의 시도 성공

러시아의 유럽 가스 수입 점유율 40%→8% 감소

러시아의 국영 가스 기업인 가스프롬이 유럽 주요 국가들과의 가스 무역 감소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지난해 6290억루블(한화 약 9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2022년 1조 2000억루블(약 17조7000억원)의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금융위기로 외화 부채가 늘어났던 1999년 이후 첫 연간 손실이다.

지난해 가스프롬의 매출도 8조5000억루블(122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30% 줄었다.

가스프롬은 러시아의 거대 국영 가스회사다. 지난 2001년 푸틴의 측근으로 알려진 알렉세이 밀러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가스프롬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금줄로 통했다.

전쟁 전 러시아의 최대 에너지 수출 지역은 유럽이었다. 러시아 석유의 45%, 천연가스 대부분이 EU(유럽연합)에 팔렸다. 유럽 국가에 독점적으로 가스를 공급하던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에도 순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가격을 끌어올려 수출 부진을 상쇄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유럽이 탈러시아가스 정책을 펼치며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할 새로운 공급원을 찾으면서 가스프롬은 서방 제재의 가시적인 피해자가 됐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유럽 가스 수입 점유율은 전쟁 전인 2021년 40%에서 2023년 8%로 낮아졌다. 크렘린궁의 에너지 판매 수익을 제한하려는 서방의 시도가 성공한 셈이다.

유럽 수출길이 끊기자 러시아는 인도와 중국에 유럽보다 많이 싼 값으로 공급을 늘렸지만 지난해 대중 수출은 최근 10년간 평균치(2300억㎥)의 약 10분의 1(220억㎥)에 그쳤다.

로이터는 주변 국가와의 분쟁 해결을 위한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됐던 가즈프롬의 급격한 쇠퇴를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 공개 이후 가즈프롬 주가는 4.4% 급락했다.

크레이그 케네디 전 뱅크오브아메리카 부의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가스프롬의 유럽 매출 손실은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번 손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전쟁 전 사업 모델로 회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