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화 시인, 첫 번째 시집 펴내
서정적으로 승화된 삶의 순간들
◆…사진=도서출판 그루
대구, 구미에서 활동하는 이도화 시인이 첫 시집 '명자꽃 전상서'를 펴냈다. 4부로 구성된 시집에 62편의 시가 일상의 순간을 서정적 풍경으로 노래한다.
(전략)그때/ 스쳐 간 바람이었나 봐/ 단풍나무 씨앗 하나 떨어져/ 맴돌다 날개 접으며/ 다릅나무 껍질에 내려앉아/ 더부살이지만 싹을 틔우고/ 마디마디 맺혀/ 살얼음 얼다 녹으며/ 연리목 되었나 봐('시절 인연' 부분)
시인은 흔하게 마주하는 사물도 독특한 감성으로 바라보며 마음의 손길을 따스하게 내민다. 자연과 생명을 받드는 마음으로.
(전략)씨앗 날아간/ 빈 박주가리 같은 살림에도/ 흔들림 없던 내리사랑/ 득달같은 세월/ 메마른 관절마다/ 찬바람이 지나다니고/ 수액마저 말라버려/ 애옥살이 그늘진 멍울마다/ 가쁜 숨만 들어차네/ 돌아누운 저 굽은 등허리는/ 꺾이지 않는 앉은뱅이꽃/ 까맣게 잊어버린/ 명동띠기로 살아온 한 생애가 펄럭인다('앉은뱅이꽃' 부분)
다섯 남매를 훌륭히 길러낸 어머니를 추억한다. 굽은 등허리로도 자녀들을 비호한 어머니의 삶은 우리네 삶 속에서도 아련하지만 강하게 남기 마련. 괜스레 붉어지는 눈시울을 훔치게 한다.
(전략)장날 난전 휘어진 저 길모퉁이 돌아/ 먼지 나는 종점에 가 닿으면/ 분단장 곱게 하고 반겨주는/ 분이 언니는 그러니까 누구나의 종점/ 거무스레 탄 온돌 장판 아랫목/ 아무렇게나 깔린 만만한 이불 같아도/ 세상 모든 시름 곱창 막창으로 볶아/ 프라이팬 하나 들면 종점을 평정하는/ 전에는 잠시 앞니 빠졌던 모습에/ 내가 더 배꼽 잡는 분이 언니 생각('분이 생각' 부분)
우리 시대 건강한 민초들은 하루하루 그렇게 이겨냈다. 타인에 대한 배척감으로 혹은 이기적인 욕심으로 둘러싸여지는 요즈음이 부끄럽게도 소소하게 웃음꽃 피며.
김경호 시인은 "이도화 시인의 시는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삶의 절망과 희망을 경쾌하면서도 쓸쓸한 노래로 풀어내어 서정시로 승화시키는 미덕이 있다"고 평했다.
지난 2022년 '서정문학'으로 등단한 이도화 시인은 2021년 부산시민예술제백일장 공모전에 입상했다. 현재 시하늘 문학회 회원이며 한국국한진흥원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명자꽃 전상서 / 이도화 지음 / 1만원 / 도서출판 그루 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