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칩, 중국 시장서 고전..."화웨이 칩보다 낮은 가격 책정"

수요보다 공급량 많아 낮은 가격 책정

中 맞춤용 저사양 AI 칩 'H20' 판매 부진

주정부 기관 'H20'보다 '어센드910B' 관심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으로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지만 중국시장에서는 경쟁사인 화웨이에 밀려 공급량이 수요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출시한 최첨단 인공지능(AI) 칩 'H20'이 현지 경쟁사인 화웨이 칩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가 강화되자 지난해 'L20', 'L2', 'H20' 등 중국 맞춤용 저사양 AI 칩 3종을 출시했다. 이 가운데 'H20'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가장 강력한 엔비디아 제품으로 주목받았으나 일부 성능이 중국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Ascend) 910B' 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엔비디아의 'H20'이 화웨이 '어센드 910B'보다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H20'이 미국 정부의 규제로 'H100' 등 주력 상품보다 크게 낮은 성능을 보이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의 딜런 파텔 수석분석가는 "H20은 메모리 용량이 더 크기 때문에 생산원가는 H100보다 더 많이 들지만 H100의 절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며 "수익성이 매우 낮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H20' 가격 하락이 2024 회계연도 기준 매출의 17%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점유율 확보에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중국 매출 전망이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린 2025회계연도 1분기 실적발표에서 중국 매출이 과거보다 상당히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내 데이터센터 매출은 지난해 10월 대중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되기 전보다 크게 감소했다"며 "중국 시장 내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화웨이와의 경쟁방식에 따라 중국 시장의 성패를 갈라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가 중국 정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 6개월 동안 엔비디아의 H20 칩에 관심을 보인 중국 정부 기관은 5곳에 불과했지만 화웨이의 '어센드910B'는 12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계 투자정보업체 IG그룹의 헤베 첸 시장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 유지와 미국의 대중 제재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