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기대 수명, 10년 전 수준 퇴보? 원인 보니

전 세계 인구의 평균 기대 수명이 증가세를 멈추고 1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발표한 '2024 글로벌 보건 통계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이어진 전 세계 인구의 기대 수명 개선 추세가 무너졌다"고 밝힌 것이다.

최근 WHO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인구의 평균 기대 수명은 71.4년으로, 이는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9~2021년 사이 기대 수명은 1.8년 급감했다. 건강 기대 수명 또한 61.9년으로 2019~2021년 사이 1.5년 감소하면서 2012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건강 기대 수명은 유병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뜻한다.

기대 수명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암을 비롯한 비감염성 질병이 지목된다. 코로나19는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전 세계 사망 원인 중 3위와 2위를 차지했다. 암, 심장질환, 뇌졸중, 알츠하이머, 당뇨병 등의 비감염성 질병은 2019년 전체 사망 원인의 74%를 차지했고,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78%로 증가했다.

기대 수명 감소는 지역별로 편차가 나타났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주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2019~2021년 사이 기대 수명이 3년, 건강 기대 수명이 2.5년 줄어들면서 세계 평균보다 더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영양 불균형도 기대 수명에 영향을 미쳤다. WHO는 2022년 기준 5세 이상 인구 중 10억 명 이상이 비만이고, 5억 명 이상이 저체중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복잡한 만성질환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WHO는 설명했다.

또 난민과 이주민, 장애인 등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구의 건강 문제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16%인 13억 명이 의료 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의 일환으로 양질의 필수 의료 서비스를 차별 없이 받는 '보편적 건강 보장' 대상 인구를 2018년부터 2025년까지 10억 명 이상 추가할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추세로는 2025년까지 7억 7700만 명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며, 목표 달성을 위해 각국의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2022년 기준 82.7년이며, 건강 기대 수명은 65.8년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