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본점 전경. 사진=신세계 제공
신세계 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을 18년만에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코자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녹록치 않은 시장환경'은 쿠팡 등 이커머스의 약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영업 상황을 의미하며 '1등 기업으로의 재도약'은 현재 1등이 아니란 사실을 말해 준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임회장은 취임 후 첫 회의에서 "조직과 시스템, 업무처리 방식까지 모두 바꾸라"며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마트는 금년 중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지난해의 사상 첫 영업손실에 대해 정회장은 인력감축 카드를 대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앞으로 정 회장의 쇄신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으나 유통 1등 기업 수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만은 사실이다. 1등 지위는 수성도 어렵지만 한번 놓치면 탈환은 더 어려운 법이다. 쿠팡과 알리의 성장세는 무섭고 시장 환경은 신세계가 언급한 것과 같이 녹록치 않다.
경영전략실 컨트롤타워로 재편
그룹 관계자 취재와 2023년 사업보고서 공시를 통해 밝혀진 신세계의 1등 수성 전략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신속한 경영 의사결정을 위해 조직 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을 개편했다. 전략실은 각 사별 사업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그룹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 한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회장은 '가장 많이 연구하고 일하고 책임지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혁신과 함께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보상 체계를 갖추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마트, 기능통합으로 수익성 개선 기대
이마트는 기존 그로서리 경쟁력 업그레이드 전략으로 오프라인 3사(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의 매입 물류 마케팅 등 기능통합을 추진한다.
또한 의무휴업 폐지 확대에 따른 기회도 활용할 방침이다. 오프라인 3사의 기능통합으로 원가경쟁력을 제고하고 차별화된 상품개발로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고객체험형 매장 리뉴얼로 고객 체류시간 늘려
다음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 목적의 리뉴얼이 진행된다. 오프라인의 차별화 포인트인 '체험'에 집중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고 '고객과 함께 하는 공간'을 구성한다. 이를 위해 체험형 컨텐츠를 대폭 강화하는 등 고객중심으로 공간과 상품을 재구성했다.
2020년 5월 더타운몰 월계점을 시작으로 21년 19개점, 22년 8개점, 23년 15개점에 대해 기존 강점인 그로서리 매장을 확대하고 품목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비식품 매장은 줄이고 임대매장인 테넌트를 늘리는 리뉴얼을 진행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2022년 12월 입출차 데이터 비교 결과 킨텍스점의 경우 리뉴얼 후 장기 체류 고객수가 2배 이상 증가하고 방문 고객수도 1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효과가 좋다고 한다.
금년에도 더타운몰 연수점과 킨텍스점의 성과를 바탕으로 장보기뿐만 아니라 고객 체험과 경험 요소를 확충한 '복합몰' 형태로 바꾸는 리뉴얼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 한다.
스타필드와 시너지 강화하고 트레이더스 신규 점포 늘려
신규 점포 출점도 늘린다. 2023년 12월 21일의 트레이더스 22호 수원화서점 오픈으로 시작으로 2025년 상반기에 서울 강동구 신규점과 트레이더스 마곡점 오픈이 예정되어 있다.
트레이더스 마곡의 경우 지역밀착 커뮤니티형 쇼핑몰인 '스타필드 빌리지'와 함께 들어설 예정이며 서울 강서 지역의 쇼핑 메카로 등극이 기대된다.
◆…하남 스타필드 내부. 사진=신세계 제공
신규점 개설에는 복합쇼핑몰의 대명사인 스타필드와의 시너지도 활용한다.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해서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트레이더스+스타필드' 조합은 신세계그룹만의 시너지 전략이다.
본업 경쟁력 강화···초저가 '가격 파격' 실시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을 가장 싸게 파는 "본업 경쟁력 강화"전략도 구사한다. 대표적인 예가 '가격 파격 선언'이다.
이마트는 지난 1월 5일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가격 파격 선언'을 했다. 월별로 식품 3대 핵심 상품과 가공식품 일상용품 40개 상품을 선정해 초저가에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격파격 선언 시작 이후 1주일 동안 1월의 상품인 '식품 Key 아이템 3종-삼겹살, 대파, 호빵'과 가공/일상 40개 상품의 판매는 크게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1월달 '식품 Key 아이템 3종'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삼겹살 +49% 대파 +140% 호빵 +144% 늘었고, '가공/일상 40개' 판매액도 96% 증가했다. 휴지 치약 등 '반값 상품'은 매출이 300% 가량 폭증하기도 했다고 한다.
신세계 백화점, 전문관 중심으로 매장재편
작년의 경우 편집형 전문관 시스템을 바탕으로 온라인에 집중됐던 패션 수요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강남점의 경우 지난해 패션 부문에서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스포츠 · 아웃도어 전문관, 영패션 전문관인 '뉴 스트리트' 등을 성공시켰다.
올해에는 패션부분에서 성공을 거둔 전문관 시스템을 식품관에 도입하기로 했다.
15년 만의 전면 리뉴얼에 돌입한 강남점 식품관은 내년 상반기까지 다이닝, 주류, 디저트 등 식품 각 분야마다 깊이 있는 구성을 선보이는 '식품 장르별 전문관'으로 재탄생 한다.
올 2월 문을 연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가 그 비전을 먼저 보여주고 있다. 스위트 파크는 유명 디저트부터 전통 한과 등 'K-디저트'까지 한데 모은 전문관으로 회사 관계자에 의하면 오픈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140만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복합공간 구축으로 오프라인 강점 살려
신세계는 부동산과 리테일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영역에 도전한다. 리테일을 중심으로 아트, 엔터네인먼트 등의 콘텐츠와 신세계의 브랜딩이 결합된 복합공간을 구축하여 고객에게 다가가겠다는 생각이다.
30여년간 광주, 호남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한 광주신세계를 강남점의 '고품격'과 센텀시티점의 '매머드급' 규모, 도시 복합 문화예술공간 대전신세계의 장점을 결합한 미래형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재탄생시킨다.
큐레이션 서비스로 차별화···온라인 영역 강화
온라인 영역에서는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인 '신백선물관'을 더욱 강화한다.
지난해 4월 SSG닷컴 내에 오픈한 신백선물관은 신세계 바이어들이 고르고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와 포장 미리보기, 친환경 선물 택배상자 도입 등으로 기존 온라인 선물하기와는 차별화된 디테일을 더하고 있다.
고객들은 새로운 앱을 통해 온 ·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브랜드 경험과 쇼핑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트 마케팅 전략으로 오프라인 강점 살려
오프라인 고객만족을 위해 아트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1969년부터 백화점안에 갤러리를 열어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 공간에서 도심 속 문화 예술 공간으로 만들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아트 페어인 프리즈 서울 2023(Frieze Seoul 2023)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정회장이 손수 챙긴 것으로 알려진 프리즈 서울에서 신세계는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담은 '신세계 라운지'를 선보였다.
정회장의 혁신안···참신함은 약해
신세계가 제시한 혁신안은 기존의 방식을 더 잘해보자는 의지를 담고는 있으나 참신한 시도가 빠져있다. 구조조정과 프로세스 효율화만으로는 1위 수성에 필요한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알리와 테무의 공세를 막기 위해 3조원을 투자해 로켓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쿠팡의 공격적인 전략과 비교가 된다. 1위 유지가 목표라면 좀 더 과감한 신규 사업 검토 등 전략제시가 요구된다.
다만 정회장의 전략이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있다면 금년 1분기 실적은 긍정적이라 볼 수도 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3% 성장으로 쿠팡의 22.7% 성장에 비추어 미흡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비 대비 26.5% 증가해 같은 기간 쿠팡의 영업이익 62.6% 감소와 비교해 높은 수익성 개선 실적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