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세금 징수액은 매년 최대가 되고 이에 따른 일인당 조세부담액이나 조세지출액수도 사상최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
조세지출 실적이 있는 관련 내국세(교육세·농어촌특별세 등 제외)대비 조세지출 비율은 지난해 14.4%에서 올해 14.1%로 줄어들었다. 이는 조세지출증가율(6.0%)이 관련 국세증가율(7.9%)보다 낮았기 때문.
2002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된 조세지출 비율은 재경부의 비과세·감면 정비계획에 따른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워낙 많은 세금을 깎아줬기 때문에 정상적인 정책기조라면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특히 조세감면액수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비과세·감면제도의 일몰시한만 제대로 지킨다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상최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지난 5년간 정부가 깎아준 세금은 지난 2002년 14조7000억원, 2003년 17조5000억원, 2004년 18조3000억원, 2005년 20조169억원, 2006년 21조2082억원으로 총 91조7000여억원.
이쯤 되면 세수가 부족하다는 정부의 엄살은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다. 조세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세감면의 혜택은 대부분 세금을 내고 있는 납세자, 즉 웬만큼 소득이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깎아주고 있는 세금만 잘 정비하면 굳이 납세 저항이 큰 세율조정이나 세목신설 없이도 세수를 충분히 거둘 수 있고 양극화 현상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일반적으로 세율조정이나 조세감면제도의 정비와 같은 문제는 납세자들의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감면의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 할지라도 막상 그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이기 때문에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
재경부는 이번 조세지출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세기준 미부합 또는 감면목적을 달성하거나 이용실적이 미미한 제도에 대해서는 정비한다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비과세·감면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지난 9월 국가재정법 제정에 따라 도입한 조세지출예산제도, 조세감면비율한도제, 조세감면사전제한제 등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55개 비과세·감면제도 중 실효성이 없는 15개 제도를 폐지하고 10개 제도는 축소한다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재경부가 올해 경제운용방향 등에서 거듭 공언했던 '비과세·감면 대폭정비'가 무색하게 일몰예정이었던 30개 제도는 연장됐지만, 지난 몇 년간의 무분별한 '일몰연장' 기조보다는 발전된 모습이다.
내년 이맘때 발표될 조세지출보고서에는 또 다시 '사상최대'의 조세감면액수를 기록하겠지만 적어도 재경부가 조세감면에 대한 '중심'은 확실히 지켜 세금을 무분별하게 깎아줬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