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전문가, "아주 불평등한 세법…조속한 입법조치 필요"
연말정산에서 배우자·부양가족·경로우대·장애인소득공제 등을 받기 위한 핵심요건인 '연간소득금액 100만원 이하'와 관련, 현행 세법이 연간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종합·퇴직·양도·산림소득만 합치도록 규정한 것으로 확인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원천징수를 통한 분리과세로 납세의무를 마칠 수 있는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은 '연간소득금액' 계산에서 제외,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어 종합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 한 부양가족이 거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각종 소득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
5%대에 있는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이자율을 감안하면 8억원의 정기예금으로 연간 4000만원의 이자를 받는 부양가족은 각종 인적소득공제를 조목조목 받는 혜택이 주어지지만, 근로소득금액으로 100만원만 조금 넘는 부양가족에 대해선 소득공제혜택이 없다.
이에 대해 조세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금융소득은 일정한 재산이 있으면 특별한 노력이 없이도 저절로 들어오는 불로소득이어서 근로소득 등에 비춰 세부담이 많아야 한다"며 "금융재산가에 오히려 소득공제혜택이 많은 현행 세법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간소득금액'계산에서 빠진 것은 분명한 입법미비"라며 "지난 2002년 8월 헌법재판소가 '배우자공제를 받으려면 배우자의 자산소득(이자·배당·부동산임대소득)을 포함한 연간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재판소가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지만 헌재 결정사항은 법자체를 위법으로 삼지 않는한 재판에 관계된 사람에게만 효력을 준다"며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을 연간소득금액 계산에서 제외시킨 것은 세제당국의 유권해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 연말정산에서도 고액의 금융재산가인 노부모나 자녀를 부양가족으로 올린 사람들이 각종 소득공제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조속한 입법이 어렵다면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세법입안을 책임진 재정경제부 세제실은 세법규정이 '종합소득'으로 명백한 만큼 새로운 유권해석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허용석 세제실장은 "세법미비일수는 있지만,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을 연간소득금액 계산에 넣지 않은 것에 어떤 정책적 필요성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특별한 정책요인이 없는 한 지급조서제출의무 확대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만큼, 세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이자소득이 2000∼3000만원이라면 금융자산은 수억원이 되는데도 소득공제를 받고,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이 100만원을 조금만 넘겨도 소득공제를 못받는 것은 아주 불평등한 것"이라며 "조속한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