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드러난 '김옥숙' 메모 결정적 역할…SK측 "비자금 유입 입증 안 돼"

김옥숙 여사가 작성한 메모에 ‘선경 300억원’ 기재

노소영 측 "비자금 300억원 건넨 뒤 50억원 어음 받아"

최태원 측 "비자금 유입 입증된 바 없이 추측으로 판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 판단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김옥숙 여사의 메모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2심의 핵심 쟁점은 SK 주식이 재산분할청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였다.

31일 중앙일보·JTBC 보도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30년 가까이 보관해 온 메모와 어음을 증거로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비자금을 기재한 메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이 각각 기재돼 있었고 '1998년 4월 작성 메모'에는 동생인 노재우 씨 2억~300억원, '맡긴 돈 667억+90억'이라고 쓰여 있었다. '1999년 2월 작성 메모'에는 '최 서방 32억', 금고, 방, 별채 그리고 1억원, 5억원, 10억원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옥숙 여사는 메모 외에도 액면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큰 봉투에 담아 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관장 측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최태원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넸고, 최 선대 회장은 담보조로 액면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청와대에서 30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가 거절당했다는 노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조서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300억원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어음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검찰 수사기록을 3번이나 검토한 뒤 SK에 비자금이 간 게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991년 피고(노 관장) 부친 노태우 측으로부터 원고(최 회장) 부친 최종현 측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최종현의 경영 활동을 뒷받침하는 유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SK 측은 항소심 재판부 판단에 대해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