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위해 상속세율 낮추고 금투세 폐지해야"

경총 '기업 밸류업 위한 세제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상속세 첫 단계 과세표준 구간 금액 1억원→15억원 상향해야"

"투상세·금투세는 폐지 혹은 유예 필요"

기재부 "다양한 의견과 사회적 공감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제지원방안 마련할 것"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으로 상속세율을 10%포인트 인하하고, 투자·상생 협력 촉진을 위한 조세특례 제도(투상세)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어진 토론의 좌장은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송호경 가비파트너스 대표이사,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책임실장, 조만희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 등이 토론에 참석했다.

"상속세율 OECD 회원국 중 최대.. 인하 필요"

현재 우리나라는 할증평가 20%를 적용하면 최대 60%에 이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때문에 높은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지분 매각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투자보류, 고용불안, 지배구조 불안 등으로 이어져 기업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이 개정된 2000년과 비교하면, 2023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76.7%, 1인당 GDP는 211.9%, 코스피지수는 426.2% 상승했다. 박성욱 교수는 "이를 고려하면 상속세 적용구간을 3.38배 상향해야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상속세율의 급격한 인하보다는 10%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장래기대수명이 늘어나며 노부모가 고령의 자녀에게 상속하는 '노노(老老) 상속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60세부터 약 90세까지 30년 동안 약 13억원 정도의 재산이 필요하다"며 "상속세율 첫 단계 과세표준 구간 금액을 현재의 1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박 교수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기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공제한도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최대주주할증평가 제도는 폐지하거나 업종, 규모, 경영상태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투상세 폐지하고 배당 늘린 기업엔 법인세 공제 혜택 줘야"

투자·상생 협력 촉진을 위한 조세특례는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 임금증가, 상생지원에 사용하지 않으면 미환류 소득에 대해 20% 세율의 법인세를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2018년 세법개정을 통해 배당이 차감항목에서 제외되자,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할수록 법인세를 추가 부담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박 교수는 투상세를 폐지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에게는 법인세 공제 혜택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대주주의 배당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납세자가 종합소득과세와 분리과세 중 선택해 배당소득을 납부하는 방안, 소액주주가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경우 비과세나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금투세 시행 시 주식시장 크게 위축.. 유예하거나 폐지해야"

박 교수는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금투세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이 다른 시장으로 옮겨가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활발한 투자와 주가 상승, 재투자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기 위해서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거나 폐지해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제 지원 대안 마련할 것"

이어진 토론에 참여한 송호경 가비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최근 2차 창업을 하는 경우, 국내에서 법인을 설립하기 보다는 싱가포르나 홍콩 등에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법인세, 상속세, 양도세 등 세금이 과도해 굳이 한국에서 창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송 대표이사는 "잠재력 있는 회사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안심하고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상속세는 장기적으로 자본이득세로 대체돼야 한다"면서 "현재 20%의 일률적인 최대주주할증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금투세에 대해서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왜 손실은 고려해주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어 투상세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임금, 투자, 배당의 3가지 항목 중 세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배당 뿐이고, 임금과 투자는 세금과 인과관계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속세와 관련해 "현재 인플레이션 등으로 많은 사람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되다 보니 조세저항이 커졌다"며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상속제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의 피상속인 기준의 유산세 과세 방식을 상속인 기준의 유산취득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상세와 금투세에 대해 윤 교수 역시 폐지에 찬성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장기투자는 국민연금 수익률과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서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율을 일반투자자들에 차등 인하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조만희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세제 측면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면서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충분히 감안하고 실효성, 과세부담, 세수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공감대를 토대로 밸류업 세제지원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총은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비롯, 다양한 개선과제들을 담은 세제개편 건의서를 가까운 시일 내에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