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사와의 특별한 동행.. "국립관세박물관으로 놀러오세요"

혹시 관세청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지하철 7호선을 타고 학동역이나 강남구청역에서 내려 서울본부세관 1층에 위치한 '국립관세박물관'을 방문해 보자. 서울세관 앞에 꾸며놓은 도심 속 호수정원에서 비단잉어를 보며 잠시 힐링의 시간을 갖는 건 덤이다. 관세박물관 입구로 걸어오면 관세청의 귀여운 파수꾼 '마타'도 만날 수 있다.

국립관세박물관은 지난 2000년 8월 30일 관세청 개청 30주년을 기념해 개관했다. 세관 및 관세행정의 역사를 보존하고, 관세청의 위상 정립과 국제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만들어졌다. 관세청은 지난해 효율적인 박물관 운영을 위해 신규인력(학예사)를 뽑아 국내 유일 관세전문 국립박물관이라는 위상에 맞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민들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알쓸관잡(알고보면 쓸모있는 관세청 잡월드)' 등 초등학생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관세박물관 단체 교육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교육시간에는 학예사와 동행하며 관세청의 업무를 간접 체험하고, 진로탐색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조세일보는 서울세관 세관운영과 임한슬 학예연구사를 만나 생생한 관세박물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본인과 국립관세박물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립관세박물관 학예연구사 임한슬입니다. 제 소개에 앞서 학예연구사라는 직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학예연구사란 연구, 전시기획, 교육, 유물관리 등 분야별 학예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며, 영문명으로 Curator(큐레이터)라고 합니다. 간혹 큐레이터를 전시해설사라고 알고있는 경우가 있는데, 박물관 전시해설을 담당하는 분은 도슨트 또는 전시해설사라고 명칭을 따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저는 9년 정도 다른 박물관에서 전시, 교육, 국제교류 등 다양한 업무를 하다가 작년 10월부터 국립관세박물관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관세·무역과 관련된 주제로 학예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세박물관은 한국경제사와 함께 발전한 관세청의 행보를 주제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작년부터) 박물관 전시, 교육, 유물을 주제별로 개편해 관람객들과 만나며 관세청의 역할과 주요 행보를 알리고 있습니다. 관세전문 박물관인 이곳을 포함, 전국에 관세박물관은 인천‧부산‧군산‧매물도까지 총 4개가 더 존재합니다.

Q. 박물관 내 구역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박물관은 크게 3개 주제관과 3개 체험존, 영상실과 기획전시실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주제관은 관세역사관, 관세행정관, 관세외교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체험존은 공항검색대 체험, 유니패스 체험, 포토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멀티공간으로 활용되는 영상실은 평소에 영상실로 활용하다 기획전시 기간에는 기획전시실로 활용됩니다.
각 주제관에 대해 설명하자면, '관세역사관'은 근대 관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두모진해관이 설치된 1878년부터 현대까지의 관세청 역사를 관련 유물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관세행정관'은 관세청이 진행하는 업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가령 밀수범과 경제사범 검거,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멸종위기 동식물의 불법 반출입 적발, 원산지 검증, 분석업무 등 관세청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각종 유물을 통해 알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입니다.

마지막으로 '관세외교관'은 여러 나라의 세관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관세청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국제 무역기구에서 관세청의 활동상을 알 수 있고, FTA와 같은 무역협정을 관련 자료와 멀티미디어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Q.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박물관 업무는 관람객에게 관세문화 경험을 전달하는 일로 구성돼있습니다. 그 일들을 크게 연구, 전시, 교육, 유물관리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전문성 강화 △공공성 확보 △디지털 혁신 △지속가능성 등 4대 전략목표를 설정해 '관세청의 역할과 성과를 국민께 홍보하는 관세전문 박물관'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립관세박물관 미래 발전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래 발전방안의 주요내용을 중심으로 박물관 업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소장품 도록 발간'은 연구 분야에 해당됩니다. 소장품 도록 발간을 위해 작년 연말부터 소장품을 개별적으로 열람해 소장품의 상태를 파악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소장품인 유물을 주제별로 유목화하는 작업을 통해 주제를 도출하고, 문헌을 조사하는 등 연구에서 유물관리까지 일련의 과정을 수행 중입니다. 그동안 박물관 소장품 도록이 부재하여 관람객들에게 전시해설 이외에 상세하게 박물관과 소장품을 소개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 소장품 도록 발간으로 인해 전시해설 외 다른 콘텐츠로 만날 수 있는 일이 생겨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박물관 소장품 연구를 바탕으로 전시주제를 선정해 올 하반기 '특별전시'가 공개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서울세관의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세관체험행사는 올해부터 소장품 중심으로 관세문화를 경험하는 '박물관 교육'의 형태로 다듬어져 운영 중에 있습니다. 또한 관람객의 소장품에 대한 이해와 관세문화 경험을 돕는 '모바일 웹콘텐츠'도 한창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박물관 경험을 위해서는 소장품 관리가 중요합니다. '유물관리'를 위해 소장품 상태 파악이나 소장품 수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립관세박물관 소장품은 모두 기증을 통해 수집되고, 전시와 교육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소장품 수집이 유물업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카드뉴스와 웹진(Webzine) 등 소셜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박물관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소개해준다면?

현재 박물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총 4종입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알고보면 쓸모있는 관세청 잡월드(이하 알쓸관잡)'입니다. 알쓸관잡은 저의 관세청 근무경험에 착안해 개발된 프로그램입니다.

타 기관에 업무차 방문하게 되면 관세청이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국세청의 세무서와 관세청의 세관의 역할을 혼동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관세청에는 다양한 업무 분야가 있고, 이 업무들이 모두 관세국경에서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람객들에게 관세청의 업무를 알리고, 관람객 스스로를 탐구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게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면 홀랜드검사를 진행해 나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고, 홀랜드 유형에 따라 나뉜 관세청의 업무가 나의 성향과 맞는지 전시실에서 찾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연계한 덕분에 알쓸관잡은 요즘 학교나 동아리에서 방문해 진로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시장놀이를 변형한 무역놀이 프로그램인 '월드 와이드 무역' 프로그램은 무역놀이를 하면서 관세와 초등학교 사회교과 내용을 자연스레 학습할 수 있도록 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월드 와이드 무역 프로그램은 온‧오프라인으로 운영돼 서울지역 외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학급이나 동아리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Q. 학예사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군산에 위치한 호남관세박물관은 과거 보세화물을 봉인하거나 공매물품 통관에 사용하던 '연옥펀치'라는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호남관세박물관 관람객이 연옥펀치의 뜻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해 문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박물관 유물 등록카드에는 설명이 간략하게만 작성돼 있어 용례를 찾기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관련 문헌검색 중 국세청 훈령에서 연옥펀치(보세화물을 묶을 때 쓰는 도구)에 관한 내용을 발견했고, 해당 관람객에게 연옥펀치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용법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준 적이 있습니다. 저도 문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고, 관세박물관과 관세문화에 진심인 관람객을 만났던 순간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Q. 향후계획 등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수립한 국립관세박물관 미래 발전방안에 언급된 내용인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박물관을 관세청 유일 '라키비움(Larchiveum)'으로 확장해 관세문화 커뮤니티를 구성해 보고 싶습니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박물관(Museum)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을 말합니다.

요즘 박물관과 같은 문화기관에서 동호회 사람들이 박물관에서 모임을 갖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립항공박물관이나 국립진주박물관은 관련 도서·연구자료 열람과 소장품 관람이 가능한 라키비움의 형태로 항공덕후와 전쟁·무기덕후들의 문화향유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이런 사례처럼 국립관세박물관도 기존 관람전시와 함께 관세문화 관련 자료를 모아 소장품 도록 등을 만들어 여러 요소들을 갖춘 라키비움으로 확장해, 많은 시민들이 관세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