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해 오는 6일까지 환자의 진료비 자료를 제출토록 요구한 것에 대해 의약업체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며 끝내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5일 의약업체들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국세청에 자료를 제출키로 한 것은 치과의사들이 18%로 가장 낮고, ▲병·의원 36% ▲한의사 32% ▲약국이 90%를 넘는 수준.
이에 따라 근로자들은 연말정산 간소화정책에도 불구, 의료비공제를 위해 의료업계를 발로 뛰며 의료영수증을 모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 됐다.
대한의사·한의사·치과의사·약사협회 등 4개 의약단체는 5일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해 의료비 소득공제 증빙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도록 한 국세청의 고시에 대해 고시처분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사유는 ▲국세청이 고시한 내용대로 자료를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할 경우 환자의 정보가 유출될 것이 우려되고 ▲영세 의약업체로서 자료입력에 대한 시간부족 ▲환자의 동의 없이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지를 우선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대한치과의사협회 안성모 회장은 "건보공단은 교묘한 말로 정보유출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1만5천건의 환자정보유출 사고가 있었다"며 "자료집중기관을 공단으로 한 것은 잘못이며, 국세청에 자료가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처음 연말정산 간소화에 동의를 한 것은 진료자료가 필요한 사람에 한해서만 자료제출을 하라는 내용으로 알았기 때문"이라며 "필요한 의료비자료가 아니고 전체자료를 다 내라고 하니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치과의사들의 경우 다른 의약단체들과는 달리 간호원 2명과 병원을 꾸리는 경우가 많아 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며 "영수증이 필요해 병원을 찾아오는 고객에 대해선 언제든지 과거 5년까지의 의료자료를 끊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자료제출거부가 건보공단에 급여항목을 과다하게 청구한 사실이 밝혀질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일부 착오청구는 있을 수 있지만, 과당청구사실이 적발되면 8개월의 영업정지가 따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소득노출 우려와 관련해선 "제도의 취지가 연말정산 간소화이지 과세양성화가 아니기 때문에, 소득파악을 위한 것이라면 법을 바꿔야 한다"며 "갑작스런 소득노출에 따라 급격한 세부담인상이 우려되는 만큼, 적정한 세금을 내도록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이번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1년간 제도시행을 유예해 달라는 취지일 뿐, 개별의약업체의 자료제출과는 별개로 봐야한다"며 "자료제출을 원하는 의약업체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이 제출해야 할 자료는 특정 환자의 구체적인 진료 내역이 아니라 1년간 비급여 진료비 총액"이라며 "내용도 자신만 열람하도록 돼 있어 개인 정보 유출 우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