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투자규모가 작년의 2배인 20조원으로 불어나는 등 올해 최고의 투자상품으로 부상한 가운데 최근 지속되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로 환헤지를 하지 않은 일부 해외펀드의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환헤지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다행히 올해 글로벌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펀드를 제외한 해외펀드들 대부분의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달러 약세로 환헤지를 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같은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도 엄청난 수익률차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 헤지란 `환율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회피한다'는 의미로 펀드 환매시 당초 계약된 환율에 따라 돈을 돌려받는 것을 말하며 선물환 거래를 헤지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말해 환헤지 여부가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투자기간, 환율에 대한 이해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 "이런 투자자 환헤지 안해도 된다"
하나은행 김창수 재테크 팀장은 "해외시장 투자에 나설 때 환율도 주식과 채권에 이어 또 다른 투자상품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면서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한다는 것은 주식투자에 환율 투자가 함께 이뤄지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양쪽 상품에 모두 투자하는 적극적인 투자자의 경우 환헤지가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기반의 펀드에 원금 1만 달러를 투자해 선물환 계약이 달러당 1천 원에 이뤄졌다고 가정할 경우 환매시 환율의 상승 또는 하락 여부에 관계없이 원금 1만달러에 원.달러 환율 1천원을 적용돼 원금 1천만원을 돌려받는다.
이에 비해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940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환매원금은 940만원이 된다.
하지만 환매시점에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 1천200원이 됐다면 환율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하거나 특정 지역에 `몰빵'투자를 하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 분산투자를 했을 경우에도 `평균 펀드 매입단가 인하효과'(Cost Averaging Effect)와 `통화간 분산효과'가 발생해 별도로 환헤지를 하지 않더라도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 "이런 경우 환헤지 반드시 해야"
환율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는 되도록 환위험을 제거하고 시장에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민은행 투신상품부 이인영 과장은 "지난 10월 말 현재 해외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의 환헤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가입자의 90%가 환헤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원하지 않으면 환헤지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환율 문제에 정통한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환헤지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김 팀장도 "환율문제에 정확한 이해가 없는 경우는 별도의 환헤지가 필요한 역외펀드보다는 펀드가 스스로 헤지를 하고 있는 재간접펀드나 국내운용사의 해외펀드에 가입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환헤지 일부 장기투자 막는 장애로 인식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전산문제 등으로 인해 통상 1년 단위로 이뤄지는 환헤지를 해제할 때 펀드도 자동 환매하도록 돼 있어 일각에서는 환헤지가 장기투자를 막는 장애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일부 기관의 잘못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환헤지에 따른 비용이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 점도 문제"라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금융기관들이 환헤지 서비스로 별도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 이 과장은 "환헤지에 약간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오히려 서비스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