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핵 조기 경보시스템 발달하지 않아 무방비 상태"
"러시아는 유럽 대륙보다 더 많은 전술 핵무기 보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부대행사에서 세르비아계 스릅스카 공화국(RS)의 지도자인 밀로라드 도디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7일(현지시간) BBC·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경제포럼에서 "핵무기 사용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며 현재까지 그러한 위협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러시아에서도 강경파에 속하는 외교정책 전문가인 세르게이 카라가노프가 '서방을 향해 핵 권총을 겨눠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카라가노프는 지난해 서방 세계를 향한 선제적 핵 사용 필요성을 주장한 적이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핵 교리의 변경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는 핵무기 실험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발표된 '핵 교리'는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문서이다. 그 동안 러시아는 '비확전을 위한 확전(Escalate to De-escalate)' 교리를 통해 전장에서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암시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 국가들에게도 경고를 보냈다. 그는 "러시아는 유럽 대륙보다 더 많은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이 핵무기를 지원해도 마찬가지"라며 "유럽은 핵무기 조기 경보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압박했다.
또한 최근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승인해준 데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 영토에 무기를 사용하도록 승인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대응할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의 타격 거리 내에 재래식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BBC는 푸틴 대통령이 점점 더 자신감이 넘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며 현재 러시아와 서방의 교착상태에서 먼저 눈을 깜빡이는 것은 서방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