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재판 노쇼' 권경애 5천만원 배상 판결…유족 "항소할 것"

재판 불출석 불법행위 인정…재산상 손해 불인정, 정신적 고통 위자료 5천만원 산정

피해학생 모친 이기철 씨 "항소 당연하게 할 것"

"권경애 변호사, 어떠한 해명도 사과도 안했다…그냥 자기만 숨어있는 상태"

학교폭력 소송을 맡고도 여러 차례 재판에 불출석해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가 피해자 유족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유족 측은 "학폭 피해자들이 다시 새 삶을 살 수 있는 그 베이스 언제쯤 만들어줄 것이냐"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노한동 판사)은 피해학생 모친인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공동해서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씨는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구성원 변호사 2명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가 침해됐다며 지난해 4월 재산상 손해 1억 원, 위자료 1억 원 등 총 2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앞서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로 2015년 숨진 학생의 어머니인 이 씨를 대리해 가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2022년 열린 항소심에서 세 차례 불출석하면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가 패소 사실도 알리지 않아 유족 측은 상고하지 못했고 이 사건은 결국 패소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권 변호사가 담당 변호사로서 소송 수행 의무를 다하지 않고 연이어 재판에 불출석해 항소를 누락하는 등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나, 이 씨가 주장한 손해배상의 범위 중 재산상의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 씨가 사건으로 받았을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위자료를 5000만 원으로 산정했다.

유족 측은 선고 이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씨는 이날 재판을 마친 뒤 "기가 막혀서 (판결을) 제대로 듣기는 했는지 혼미할 정도"라며 "이 재판을 하면서 결과에 대해서 '기대를 안한다' 이렇게 계속 마음속에서 주문을 걸고 있었는데 그래도 실낱같은 기대가 있었나 보다. 너무 실망이 크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씨는 "제가 바라는 사항이었지만 그리고 마지막 통화할 때 저한테 (권 변호사가) 그랬다. '살면서 저한테 민폐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근데 그 말 지키지 않고 있다. 저한테 어떠한 해명도 안했고 사과도 안했다. 그렇게 제가 사람의 도리를 해달라 얘기를 하는데 듣지 않고 그냥 자기만 숨어있는 상태"라고 한탄했다.

그는 "힘없는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법이 돼 준 적이 언제 있나. 학폭 피해자들이 다시 새 삶을 살 수 있는 그 베이스 언제쯤 만들어줄 것이냐"며 "학교가 외면하고 어른들이 외면하고 전부 법원으로 몰려가는데 법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게 한 가지라도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항소 당연하게 할 것이다. 항소 담당하는 판사가 또 어떤 태도로 이 재판에 임하는지 볼 것"이라며 "그걸로도 안되면 상고하고 대법원까지라도 갈 것이다. 쓰러지지 않게 독하게 혀 깨물고 입술 악물고 그렇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 소송과 달리 민사소송은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으나, 권 변호사는 이날 선고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지난해 6월 대한변호사협회의 정직 1년의 징계를 받은 뒤 같은 해 8월 자동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