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지난달 98세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간을 기증해 미국 최고령 장기기증자가 된 한국전 참전 용사 앨런 오빌(맨 왼쪽)이 생전에 증손자를 안고 있는 모습. [딸 린다 미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전 참전용사인 미국의 98세 남성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기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은 "오빌 앨런이 지난달 29일 미주리주(州)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간을 기증했다"며 "역대 미국 최고령 장기기증자"라고 전했다.
앨런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퇴역 군인이자 미주리주 남동부의 한 지역에서 약 40년간 고교에서 농업을 가르친 교육자이기도 했다.
앨런은 지난달 27일 미주리주 포플러 블러프의 자택에서 주변을 치우다가 넘어져 머리를 크게 부딪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뇌부종이 심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결국 29일 사망했으며 앨런의 간은 72세 여성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병원 직원은 앨런의 가족에게 '간 기증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가족들은 앨런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의아해했지만 의사는 그의 장기가 이식하기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앨런이 항상 사람들의 안부를 먼저 묻고 궁핍한 이웃을 도우며 이타적인 삶을 살았던 만큼 장기기증에 주저하지 않았다.
앨런의 딸인 린다 미첼은 "아버지가 평생 해온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누리게 됐다"며 "아버지는 한가지 선물을 더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은 미주리주 남동부에 평생 거주했다. 그는 2차대전 때는 육군항공대에서 조종사였으며 한국전쟁에서는 제1기병사단에서 복무했다. 전쟁이 끝나고는 미 육군예비군에 27년간 몸담은 뒤 중령으로 전역했다.
그는 또한 40년간 미주리주 버틀러카운티에 있는 포플라 블러프의 닐리빌 고등학교에서 농업을 가르쳤다. 그와 70년을 함께한 아내 제럴딘은 2019년 사망했으며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하나, 손주 3명, 증손주 6명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기증 단체에 따르면 앨런은 미국 역대 최고령 장기 기증자로 기록됐다. 이전까지는 2021년에 95세로 사망하면서 간을 기증한 웨스트 버지니아의 세실 록하트가 최고령 장기기증자였다.
장기기증 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의료 과학의 발전을 봐왔기 때문에 지난 5년간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의료팀과 전문의가 장기 이식 적격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교육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에는 미주리 동부, 일리노이 남부, 아칸소 북동부를 포함해 중미 지역의 90대 기증자로부터 간을 확보했으며, 지난 가을에는 88세, 84세 노인이 간을 기증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