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과세불복-각기 다른 '결정' 눈길
같은 '도로(道路)용지'라도 상속 또는 증여를 받았을 경우 재산적 가치 여부에 따라 세금을 내는 용지가 있고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용지도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도로 및 하천·제방 등의 토지는 상속재산 또는 증여재산에 포함되나 재산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평가액을 '0원'으로 책정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 국세심판원은 상속받은 도로용지에 대한 상속세 부과를 둘러싼 유사쟁점의 두 가지 과세불복사례에 대해 각기 다른 결정을 내렸다. 한 건은 '기각', 다른 한 건은 '경정'결정이었다. 심판원은 해당 도로용지의 재산적 가치여부를 따져본 뒤 납세의무 여부를 가려냈다.
□ "특정주민 일부만 사용하는 사도(私道)‥수용 가능성 비과세 부당"=심판원에 따르면 납세자 A씨는 지난 2003년 도로용지를 상속받은 뒤 해당토지의 상속재산가액을 0원으로 산정해 상속세 신고를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상속재산가액을 개별공시지가로 평가해 2006년 3월 A씨에게 무려 5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과·고지했다.
3년이 지난 시점에 '뜻하지 않은' 세금을 두들겨 맞은 A씨는 "불특정 다수인이 도로로 사용하고 있고 관할 구청의 토지수용 및 보상계획이 없다"며 "재산적 가치가 없는 땅"이라고 과세불복 청구를 제기했다.
국세청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세청은 "조사해보니 특정주민 일부만 사용하는 사도(私道)의 성격이 강하고 그동안 종토세 등을 납부해 왔으며 장래 수용의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심판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쟁점토지가 불특정 다수인이 사용하는 도로로 사용됐다면 해당 토지에는 종토세가 감면됐을 것"이라며 "종토세가 그동안 부과돼 왔고 A씨도 이를 납부해온 점, 관할 구청의 도시계획상 일부가 수용·보상이 가능한 점등에 비춰볼 때 해당 토지는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도로, 재산적 가치 없으니 세금도 0원"=반면 납세자 B씨가 제기한 과세불복에 대해서 심판원은 경정결정을 내렸다. 3700여 만원의 세금을 낼 뻔했던 B씨는 심판원 결정으로 구제를 받았다.
심판원에 따르면 납세자 B씨가 상속받은 토지는 소방도로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국세청은 개별공시지가가 책정되어 있고 B씨가 언제든지 무단점유 등에 따른 보상금 취득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재산적 가치가 있는 토지라 판단, 세금을 부과했다.
둘 간의 다툼은 납세자 B씨의 승리로 귀결됐다. 심판원이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
심판원은 이에 대해 "쟁점토지는 불특정 다수의 도로로 사용되어 왔고 해당지역 관청 확인결과 토지수용이나 협의취득을 통한 보상지급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아울러 해당 토지의 이용현황을 놓고 볼 때 인근 주민들의 통행을 제한하거나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도로이외에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