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약보험마진 전년보다 58% 증가
2023년 당기순이익 73.9% 증가
보험사 첫 제판분리 성공... 한금서 2년 만에 흑자
IBNR 기준 변경에도 견고한 체력 견지
"영업조직 확대, 공격적 영업 주효"
◆…서울 여의도 소재 한화생명 사옥 63빌딩 전경［사진=한화생명 제공］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생명보험업은 올해 0%대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가입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저출산·고령화가 확산되면서 상품 판매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등 생명보험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감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국내 생보사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험사 탐방시리즈로 엮어 봤다 [편집자주]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그간 생명보험사의 주력 상품이었던 종신보험 판매가 줄어들면서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총체적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상해·간병보험 등 제3보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홀로 매출신장을 이루는 생보사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 실적을 전년 대비 52% 신장한 3조2631억원을 달성했다. 또한 보장성 APE도 전년 대비 114% 증가한 2조4466억원을 기록했다. 신계약 APE는 '보장성 상품 중심의 매출 확대'가 바탕이 된 것이고, 보장성 APE는 시장 소구력을 갖춘 '고수익성 일반보장 상품의 매출 확대'가 견인한 결과다.
또 연간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작년 동기 실적(1조6094억원) 대비 58% 증가한 2조5412억원을 달성했다. 고수익성 일반보장 상품 판매 확대 결과다. 특히 지난해 4분기 APE 대비 신계약 CSM의 수익성(신계약 CSM÷신계약APE)은 98%를 기록하며 지속 개선세를 나타냈다. 4분기 말 보유계약 CSM은 9조2385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 2023년 경영실적
이 같은 결은 괄목할만한 실적으로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6163억원을 시현해 전년(3543억원) 대비 73.9% 크게 증가했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8164억원) 대비 1.2% 증가한 8260억원을 기록했다. 증시상장 보험사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는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 및 소급 재결산에도 견고한 이익 체력을 견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금리 상승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신계약 CSM 유입에 따른 가용자본 확대 등으로 183%의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한화생명이 영업조직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다. 한화생명의 영업조직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의 FP(보험설계사) 수는 2만7172명을 기록했다. 제판분리를 시행한 2021년(1만8535명)에 비해 47% 증가했다.
특히 GA업계 1위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당기순이익 68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이같은 한화생명의 실적은 타생보사의 그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생보사 전체 수입보험료는 112조40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조2761억원(-15.3%) 줄어 들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보장성보험 위주 판매 정책과 주식시장 위축 탓에 저축성(-38.0%)을 비롯해 변액보험(-4.0%), 퇴직연금(-14.7%) 등의 수입보험료가 감소한 영향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화생명이 호실적을 낸 것은 영업조직 규모확대와 함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 영업조직 확대로 승승장구... 골리앗 되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더욱 실감나게 한다. 한화생명이 최근 발표한 '2024년 1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은 별도기준 1755억원, 연결기준 3683억원을 달성했다. 새 회계제도 도입(IFRS17) 이후 IBNR(미보고발생손해액) 기준 변경에 따른 일회성 보험 부채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이익 체력을 견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경우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62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9.1% 정도 증가한 실적이다.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연결기준 29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교보의 실적은 전년 동기(4786억원)에 비해 38.72% 감소한 수치다.
한화생명의 금년 1분기 전체 신계약 APE는 보장성 상품 중심의 매출 확대를 바탕으로 1조1067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보장성 APE는 9002억원으로, 전년 동기(3858억원) 대비 133.3% 신장했다. 전체 신계약 APE 중 보장성 APE가 81%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보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1분기 말 보유계약 CSM은 9조2436억원을, 신계약 CSM은 5154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일반보장성 상품의 신계약 CSM은 3561억원으로 전년대비 57.5%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올해도 영업조직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영업조직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의 FP(보험설계사) 수는 2만8314명으로 지난해 말 인원(2만7172명)과 비교하면 1142명이 증가했다. 전년 동기(2만4762명)과 비교하면 3552명(+14.3%) 증가한 인원이다. 적극적인 리크루팅의 결과다.
GA업계 1위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89억원의 당기순익 실현으로 '흑자전환'한 데 이어 지속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조직 확대에 기반한 채널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시장 지배력 확대에 따른 성과다.
한화생명 측은 "신회계제도 도입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보장성 판매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안정적인 손익을 실현했다"면서 "신상품 개발과 GA 영향력 확대에 대응한 영업력 강화 등 장기적 회사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라고 전했다.
사실 한화생명이 지난해 3분기 408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을 때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영업전략 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한화생명은 투자손익 면에서만 252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규모 손실 발생은 IFRS9 착시효과가 사라진 영향도 있다.
이로 인해 3분기 순이익 측면에서 교보생명에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3분기 투자손실이 768억원에 그쳐 한화생명의 1/3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한화생명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I)는 27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25%를 차지했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부회장)은 이 같은 투자손실 축소를 위해 투자자산 분류, 만기상환 등 전략 추진을 통한 투자손익 변동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력 주문했다.
증권가에서도 한화생명의 3분기 실적은 저조했으나 이후 보험과 투자손익은 모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상승과 증시 부진으로 인해 FVPL 평가손실이 확대되며 적자로 전환했지만 2024년엔 이 같은 변동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는데 현실화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