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 <사진 로이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승부수가 극우 정당의 승리로 귀결되면서 유럽과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1차 조기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균열을 촉발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1차 총선에서 극우 RN 1위…다수당 예상에 정치적 불확실성 커져
유로뉴스에 따르면 이번 프랑스 1차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 RN이 33.1%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좌파 연합정당인 신민중전선(NFP)이 28%로 2위를 차지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여당 르네상스의 연합정당인 앙상블은 20%를 얻어 3위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결정된 의석은 507석 중 76석이다. RN에서 39석, NFP에서 32석, 앙상블에서 3석, 공화당에서 1석, 기타 우파에서 2석이 나왔다.
오는 7일 2차 투표에서 나머지 500여 석이 결정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의 추세로 볼 때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앙상블의 참패는 사실상 확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의 총선 직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RN의 지지율은 36.5%에 달하는 반면 앙상블의 지지율은 20.5%에 불과했다.
이에 따르면 RN은 최대 265석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RN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할 시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 임명을 포함해 행정 권력을 당에 넘겨야 한다.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좌파 연합정당인 NFP는 최대 20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NFP가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달라져 프랑스 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EU 균열 우려…"바이든, 마크롱 선거도박 실패에 우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이 같은 극우 돌풍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영국 더가디언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그들(극우파)은 푸틴 대통령과 통제할 수 없는 돈과 권력을 사랑한다"며 "이미 권력을 쥐고 있는 그들이 유럽 의회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독일의 여당인 사회민주당의 마이클 로스 의원은 프랑스의 극우 돌풍에 관한 책임을 자국 정부로 돌렸다. 그는 "우리는 친유럽 성향의 자유주의 대통령인 마크롱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찰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라며 "마크롱의 대안이 보수주의자였던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아닌 마린 르펜 같은 강경 민족주의자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르펜이 집권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프랑스는 통일된 유럽의 심장. 그 심장이 잘 뛰지 않으면 EU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프랑스의 극우 정부 탄생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29일자 보도로 "바이든 팀이 마크롱의 선거 도박이 실패로 끝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미국의 소식통을 인용, 바이든 측이 마크롱의 조기 선거 승부수에 놀랐으며 이것이 극우 정당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 같은 프랑스의 극우 돌풍이 프랑스를 넘어 유럽에 균열을 촉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뜻을 모으고 있는 미국에 더 많은 도전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독일 연구소의 라트케 대표는 "마크롱과 야당 총리와의 동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경제 지원, 대러 제재에 대한 어려운 길, 중국과의 관계 등 유럽에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 우크라 지원 축소 주장하는 르펜…러 "유럽서 부상하는 추세 확인"
현재 대통령인 마크롱이 우크라이나 파병론을 거론하고 있는 반면 RN은 반이스라엘, 반이민자 정책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당 대표 르펜 은 최근 친러 발언들을 많이 줄여 왔지만 2022년까지 공개적으로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온 인물이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바 있으며 2017년에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당선된다면 대러 제재를 신속히 철회하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RN이 프랑스 다수당을 차지할 시 러시아에는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다른 국가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면서도 "프랑스 등 여러 유럽 국가에서 부상하는 추세들이 확인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선호도가 어느 정도 파악되고 있으나 2차 투표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