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재산 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징역형과 함께 거액의 추징금이 확정된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과 최순영(67) 전 신동아 회장을 상대로 한 재산명시 신청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12일 밝혔다.
재산명시 신청은 재산을 은닉해 두고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상대로 채권자가 법원에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로, 민사상 채무 뿐만 아니라 미납 추징금에 대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 일정을 잡고 해당 일자에 채무자를 법정에 출석하도록 명령하며 이를 위해 재산내역 및 최근 재산변동 상황을 목록 형태로 제출할 것을 통보하게 된다.
또 채무자가 출석 명령에 불응하거나 재산목록 제출을 거부하면 직권으로 감치처분할 수 있고, 재산 내역을 허위 기재할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법원이 이번 신청에 대해 재산명시 결정을 내리기까지 1∼2주일 걸리고 접수 순번에 따라 재판 날짜가 정해지므로 내년 2∼3월께 두 전직 회장의 재산명시를 위한 기일이 정해질 것으로 검찰은 전망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들로부터 재산목록을 제출받으면 법원에 재산 조회신청을 내는 등 추징금을 강제집행하기 위한 추가 조치에 들어갈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대우 계열사를 통한 20조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8천억원의 사기대출, 재산 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8년6개월 및 벌금 1천만원, 추징금 17조9천253억원을 선고받았으며 지난달 11일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최 전 회장은 종합상사 자금 1억6천만달러와 대한생명 공금 1억달러를 해외에 비밀 송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올해 7월 징역 5년과 추징금 1천574억여원이 확정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경우 본인 명의의 부동산에 시가보다 액수가 큰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강제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최 전 회장은 아직 부동산이 발견되지 않는 등 당장 추징할 수 있는 재산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해 재산명시 신청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최근 개인 비서를 통해 항소심에서 확정된 벌금 1천만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내규상 추징금을 먼저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가 벌금 등으로 명목을 지정해 스스로 납부할 경우 그 의사를 존중해 돈을 수납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의견 회신에 따라 벌금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