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SK이노베이션 협상 결렬
공동특허권자 폭스바겐도 답보
에스앰랩은 사업 초기 외부 투자기관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는 과정에서 주로 상환전환우선주에 기댔지만, 전환조건 충족을 위한 매출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환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의 전환권 또는 원금 상환권이 옵션으로 부여된 우선주로 보통주 전환권 행사 시 조정 조건을 사전에 정해 놓는다. 에스엠랩도 기준 매출 규모를 정하고 이에 미달 시 전환가를 낮게 책정해 상환전환우선주 보유 주주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0년 4월 30일 기명식 상환전환우선주식의 전환권 행사 관련 조정 조건으로 2020년도 기준매출 규모를 80억원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실제 매출액이 기준에 미달할 것을 상정해 전환가격 하한을 정해 안전판을 만들어 놨다.
전환 조건을 보면 '삼성SDI로부터 R&D 투자자금 20억 이상 유치 또는 회사가 생산하는 양극 소재 제품에 대한 삼성SDI의 사업부 이관 최종 승인이 있는 경우'가 첫 번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월 단위 공급 물량 최소 10톤, 3년 이상 공급계약을 위한 구매의향서 또는 공급계약서 체결'이 두 번째다.
이는 2020년도에 에스엠랩과 투자자들 사이에 연간 매출 80억원 정도의 기대치가 있었고 설사 이러한 수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과 투자 및 구매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향후 사업 파트너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2023년도 결산까지 매출액은 1~5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조차 금양 관련 매출이 대부분이다. 특히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관련 투자 또는 구매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투자자로선 불안한 요소다.
2020년부터 촉발된 전기차 붐은 이차전지의 수요를 견인했고 그 결과 이차전지 소재 생산기업, 특히 양극재 제조기업은 눈부신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이에 에코프로는 이차전지 제조사에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당시 양극재 물량 확보에 시달리던 삼성SDI 등 전지 완성업체가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이차전지 양극재 전문기업인 에스엠랩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은 상당한 의문이다.
이와 관련, 에스엠랩은 대리인인 법무법인을 통해 조건이나 상황이 맞지 않아 투자계약이나 구매계약에 이르지 못했을 뿐이라고 조세일보에 답변했다.
에스엠랩은 양극재 제조와 관련하여 다수의 특허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에는 이차전지 자체 생산 의지가 매우 강한 완성차 업체로 알려진 독일 폭스바겐과 공동개발한 특허도 있다.
주목할 점은 폭스바겐과 공동 기술개발 협정을 체결한 시기는 2022년으로 상당한 기간이 지났지만 기술 상용화를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일 에스엠랩의 특허의 기술성이 높다고 폭스바겐이 판단했다면 지분투자가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지분투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신 갈길 바쁜 금양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조세일보는 에스엠랩에 폭스바겐의 기술개발 관련 역할과 개발비용 분담내용 및 지분투자 내용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폭스바겐과의 비밀유지계약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국가가 관리하는 기술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판정받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문의한 결과 담당자는 "해당 인증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인증을 받은 사실이 최고의 기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원가율 등을 고려한 시장성과 경제성을 인정해 준 것은 더욱 아니다"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