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등 野 정치인 무더기 '통신 조회' 논란…"전방위 사찰"

이재명 "통신조회가 유행인 모양인데 제 통신기록도"

민주 "과거 군사정권 안기부, 기무사 앞세운 공안통치…윤 정권 검찰 앞세운 사정정치"

조국당 "일반 시민 사찰 공포감 확산…어느 때인데 이런 짓거리 '미친 사람들 아니냐'"

檢 "수사절차…가입자 조회 이뤄진 것일 뿐 사찰 내지 표적 수사 주장 사실 아냐"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등 야당 의원들과 언론인을 상대로 광범위한 통신조회를 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검찰이 수사를 빌미로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을 전방위로 사찰한 것이라며 4·10총선 뒤 뒤늦게 통지한 것은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적법한 조회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신조회가 유행인 모양인데 제 통신기록도"라며 검찰의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통보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문자에 따르면 통신 정보를 제공받은 기관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1부로 올해 1월 4일 수사를 목적으로 이 전 대표의 성명과 전화번호 등 통신이용자정보를 제공받는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수사권을 남용하며 국회의원과 언론인을 마구잡이로 사찰해도 되나. 이렇게 모아온 자료로 협박하고 회유하는 것이 검찰이 사는 방식이냐"며 "과거 군사정권이 안기부, 기무사를 앞세운 공안통치를 했다면 윤석열 정권은 검찰을 앞세운 사정정치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통신조회가 올 1월에 이뤄진 점에 대해 "7개월이나 지난 8월에야 통지된 이유가 무엇이냐. 전기통신사업법은 30일 이내에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4.10 총선 민심에 불을 지를까 봐 그동안 숨긴 것인가. 검찰의 이러한 행태야말로 심각한 선거개입이고 여론조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야당과 언론 사찰도 불사하며 대통령과 그 가족만을 지키는 호위무사임이 다시 한번 똑똑히 드러났다"며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을 말하려면 검찰의 정치인, 언론인 사찰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공수처가 일부 언론사 법조팀 기자들과 민변 출신 변호사 등 135명에 대한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진이 일자, 마치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라며 반발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2월 공수처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와 소속 의원 등에 대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 드러나자 '불법 민간인 사찰'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윤 대통령도 "저와 제 처, 제 처의 친구들, 심지어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했다"며 "미친 사람들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정치인은 차치하더라도 언론인과 일반 시민까지 무분별하게 사찰을 일삼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배후에 윤 정권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도 되겠나"며 "본인 발언에 따르면 당시 송경호 중앙지검장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당장 구속수사해야 마땅한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영문도 모른 채 사찰당한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이 일반 시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짓거리를 하나.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니냐"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반발했다.

반면 검찰은 "통신수사를 병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4일 입장문을 통해 "피의자 및 참고인들의 통화 상대방에 다른 언론인과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어 가입자 조회가 이뤄진 것일 뿐 사찰 내지 표적 수사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통신조회 사실을 뒤늦게 통보한 것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어 법정 통지유예 시한에 맞춰 통지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사실은 제공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통지돼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는 경우 3개월 범위 내에서 2차례 유예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