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질의’ 줄곧 받았지만... ‘중국 질문’ 안 받는 윤 대통령

윤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 진행했는데

일 외신기자 질문 3차례.. 중 외신기자 질문은 ‘전무’

강준영 “중국 측의 우려”.. 이병진 “한중 관계 수난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신기자들의 질문이 사라진 분위기다. 반면 윤 대통령 취임 후 세 차례 진행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외신기자는 매번 질문권을 얻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 시기의 대통령 기자회견 모습과 상반된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기자들이 한국 대통령에게 질문하지 않는 상황과 관련, 전문가들은 용산 대통령실의 대미·대일 편중 외교 및 중국 정부 측의 우려 등을 각각 원인으로 꼽았다.

윤, 세 차례 기자회견서... 중 외신기자 질문 '전무'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현안들에 관해 취재진으로부터 질의를 받았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등으로 세 차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교·안보 분야 질의와 관련해 볼룸버그(미국)와 아사히신문(일본) 소속 외신기자로부터 질의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볼룸버그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모두 내려올 예정인데 한·미·일 협력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지' 등의 내용을, 아사히신문 기자는 '기시다 이후 새로운 일본 정부에 대한 기대' 등의 내용을 각각 질의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처음 가졌던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일본 측 외신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얻었던 외신 기자들은 ABC(미국), 요미우리신문(일본), CNN(미국)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역대 최악의 일본과의 관계 역시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개최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일본 외신기자 측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이날 니혼케이자이(닛케이)신문 소속 기자로부터 '대일관계 대응 방침과 기시다 총리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와 기시다 총리는 서로에 대해서 충분히 신뢰하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있다는 걸 서로가 잘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문 기자회견에서는 중·일 막론하고 질문 받아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개최한 세 차례 기자회견에서 줄곧 일본 외신기자로부터 질의를 받아왔지만, 중국 외신기자로부터는 한 차례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 중국·일본 외신기자를 막론하고 질의를 받아온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과거 기자회견 행보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미국)·인민일보(중국)·NHK(일본) 등의 순서로 외신기자들로부터 질의를 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중국 측 외신기자로부터 '한반도 평화와 중국의 역할'에 대한 질의를, 일본 측 외신기자로부터 '한일청구권협정 및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의를 각각 받고 답변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2020년 신년 기자회견과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각각 중·일 매체 소속 외신기자들로부터 질의를 받지 않았다. 다만,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홍콩 봉황TV(PhoenixTV) 소속 기자로부터 '한·중 관계 도약을 위한 계획' 및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 등의 질의를 받고 답변했다.

이병진 "중국 측 배척할 이유 없어"
강준영 교수 "중국 측 일종의 우려"

한편,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 외신기자들이 질의하지 않는 상황과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대한국 외교와 관련한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29일 오후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신기자들의 질문이 없어졌다'는 질의에 대해 "대통령이 한·중 관계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질의가 나오면 오히려 그게 한·중 관계에 있어서 마이너스적 효과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안 한 거 같다"고 답변했다.

강 교수는 '문 정부 시기에는 중국 기자들도 질문을 했는데'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거나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는 그런 것들을 조금 접고 있는 게 아닐까"라며 "우리가 얘기를 안 하는 상황이니 그런 걸 보고 중국도 질의 안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런 진단을 내놓았다.

중국학 박사 출신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정부가 대미·대일 외교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쪽도 우리도 소극적으로 기자회견에 임한 결과가 아닐까"라며 "우리가 중국을 배척할 이유는 없는데 아마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양국 외교 역사상 가장 수난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통령실은 '국정브리핑과 관련해 외신 중 중국 언론이 없는 이유가 (중국 언론측) 요청이 없어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배제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