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으로써는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선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이 독일을 발전시키기 위해 유대인과 프랑스인에게 세금혜택까지 부여하면서 독일로 유입시켜 인구도 늘려놨고, 세금제도도 확충해 놨는데도 부족한 국가재정 상태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즉시 재무 담당자를 불러들였다. 혼자 고민하기 보다 국가 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담당자에게 시원한 답을 듣고 싶었기 때문.
이에 재무담당자는 얼음 한 조각을 들고 프리드리히 대제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얼음을 왕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장관에게 주고 그것을 옆 사람에게 전달해 왕에게 다시 이르도록 했다.
얼음이 왕에게까지 이르렀을 때 왕이 받은 것은 다 녹아 작아져버린 얼음 조각뿐이었다. 왕은 이런 재무 담당자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의아해 하는 왕에게 재무 담당자는 "얼음처럼 세금의 많은 부분이 정부의 관료들이 세운 계획으로 중간에 사라져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성 없는 예산안으로 국가재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린 것이다.
연말이면 국회가 한참 바빠진다. 다음 년도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정하기 위해 예산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국회는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어디에 얼마를 쓸지 또 어떤 부분은 많으니 좀 줄이고 어떤 부분은 부족하니 늘리자는 의견이 조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년 동안의 국가살림을 정하는 일인만큼 당연히 하루가 아니라 몇 날, 몇 일을 고민해도 모자랄 일이지만 국민들은 이런 정치권의 다툼이 그저 반갑지만은 않다. 각자 속한 당의 이익을 위해 예산안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한 해 예산이 얼마이고 또 어디에 쓰이며, 어떻게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낸 세금이 국가예산으로 쓰인다는 정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런 국민의 혈세를 사용할 계획을 짜는 연말 예산안 처리에서 국회가 자신의 당 이익만을 위해 논쟁을 벌이기보다 유용한 예산 집행 계획을 고민해야 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2007년 연말이 됐을 때 국민들이 프리드리히 대제처럼 다 녹아버린 얼음조각만 들고 있지 않도록 국회는 더 진지하게 국민들을 생각하는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