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금투세, 주식시장 선진화 이후 시행해도 늦지 않아"
"증시 악영향, 불안한 국내 경제, 투자 손실 우려 등 부담 가중"
이연희 "부동산 자산 쏠림 현상 속 자금 증시이탈 부추길 수도"
"고액투자자들에 조세정의 위해 '선거 포기' 인식 심어줄 수도"
진성준 "대다수 개미 투자자를 위해 도입된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언주·한준호·김민석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전현희·김병주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추가 유예와 폐지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당론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당 지도부 내에서 금투세 도입 유예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금투세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선진화시킨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된다면 시장에 대한 악영향뿐만 아니라 현재 매우 불안한 국내 경제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라는 조세대원칙에는 찬성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상황과 경제 상황에서 금투세를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1400만 명 개미투자자들의 투자 손실 우려 등 심리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위주의 자산증식 방법을 탈피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기업들의 자본조달이 용이해져서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주식시장을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선진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민주당의 궁극적 정책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지금처럼 임금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있는 상황에서는 자본시장이야말로 평범한 서민들의 계층이동 사다리"라며 "소액투자자들의 경우에도 기대이익, 즉 미래의 꿈에 대한 이익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상실감을 갖고 있다는 문제, 향후 시장에 대한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22년 또 여야 합의로 시행 유예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는 유예기간 동안 국내 상장기업의 저평가 문제, 평균적으로 낮은 수익률 문제 등 주식시장의 체질적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여러 노력을 함께 기울이기로 합의했다"며 "그러나 현재 국내 주식시장이 새로 과세할 만한 여건과 체력을 갖추었냐는 부분에서 다수의 국민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직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본 최고위원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의 상황과 국민의 전반적인 여론 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을 향해선 금투세 논의와 함께 상법 개정 등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도부인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금투세 유예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당내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도부에서 금투세 유예론이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24일 예정된 당내 금투세 토론회에서 '유예·폐지·보완' 쪽으로 힘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 금투세 유예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 최고위원이 세 번째다. 이소영 의원은 "세 번째 메아리. 이 최고위원님 감사하다"며 이 의원의 발언 전문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전용기 의원도 지난 8일 밤 페이스북에 "금투세는 현시점에서 유예되거나 재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 의원은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경제 회복이 더딘 지금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조세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금투세의 도입 시점을 재조정하고 경제 상황이 더 안정된 시점까지 유예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연희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자본시장 선진화가 먼저다" "시기상조"라며 금투세 도입 유예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우리 주식시장이 선진화돼 있나. 검찰의 수사자료에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에서 22억의 수익을 올렸다고 적시되어 있음에도 관련 수사를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지난해 4∼9월 사이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했다. 동기간 얻은 주가시세차익이 1조원에 다다른다. 이를 감독해야 할 검사출신 금감원장은 묵묵부답, 이게 한국 주식시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2021년 KOSP 3,136을 찍고 2024년 8월5일 2,386을 기록하여 최고점 대비 –28% 하락을 찍었다가 현재 2500선을 맴돌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침체 상황에서 금투세 과세 주장이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경제실패와 대외 환경에 비춰 당분간 주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한국 주식시장 부스트 업을 위해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와 세제혜택 강화,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금감면,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들의 배당금 확대,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확대, 워시세일룰(wash sale rule) 등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먼저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그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시장에는 자금유동성 감소, 거래량 감소, 단기적인 시장변동성 증가 등 시장 약세요인으로 작용해 최근 부동산시장으로 자산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금의 증시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금투세 논쟁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과세 논쟁과 다르지 않다며 "5%로 추산되는 50만명 정도의 1억 이상 고액 개인투자자들 중 부동산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하면서 소득을 올리려는 개인, 은퇴자들이 상당수인데, 이들의 반대와 조세저항을 무릅쓰고 금투세 도입을 주장하는 건 조세정의 관철을 위해 선거는 포기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7년 33만명이던 종부세 대상자가 2021년 91만명으로 늘고, 2022년 대선 당시 서울에서만 31만표차(4.8%)로 지면서 대선에 패배했다며, 99%는 해당이 없다는 1%과세론으로 종부세를 밀어붙였다가 정권을 내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오는 24일 금투세 관련 정책토론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일부 당직자들의 금투세 입장이 당론처럼 전파되고 있는 것은 안 된다며 개인 발언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유예 혹은 완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반면 '금투세 예정대로 시행' 입장을 고수해온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9일 CBS라디오에서 금투세가 '개미 투자자'의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대다수 개미 투자자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주장을 했다.
그는 전날(8일) 페이스북에선 "금투세를 폐지하면 과연 주가가 뛰어오를까? 부디 기득권자들의 궤변에 속지 말자"고 했다. 이어 금투세 시행시 큰손 투자자들의 자본 시장 이탈로 주가 폭락에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 대해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지, 세금을 면하려고 값이 오를 주식을 내다 파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