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본부세관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
"납세자보호는 관세부과 결정 전부터.. '관세불복청구의 사각지대' 다뤄"
"위법 또는 부당한 행정처분 들추는 일, 내부에서 불편한 사람 되기도"
"관세조사·처분과 납세자권리보호 간의 균형.. 납세자 버팀목되겠다"
◆…서울본부세관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 왼쪽부터 정수호 팀장, 김선화, 정중원, 안해정 주무관.
관세불복 제도는 위법･부당한 관세 부과처분으로부터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관세불복 절차는 최초 과세전적부심사에서 불채택 결정을 받거나 청구하지 않았을 경우 관세청 혹은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하거나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 여기서 기각되면 최종 '법원 소송'으로 가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관세부과 결정 이후' 벌어지는 과정이다.
하지만 납세자보호는 '관세부과를 결정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먼저 관세 조사과정에서 납세자 권리 침해 등의 절차적 하자를 살펴보고, 관세부과 이후 행정처분의 위법성과 부당함을 들여다본다. 이때 납세자보호관은 조사·심사국의 행정처분으로 납세자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하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납세자보호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최종 판단을 받는다.
그동안 관세행정상 불복청구제도의 사각지대라고 여겨졌던 '내부 과세결정 완료 이전' 단계에서의 납세자 권리보호 수단이 생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보호담당관들은 내부의 잘못을 들추는 '불편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납세자의 민원이 접수되면 이미 내려진 행정처분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원인 입장에서는 정식 관세불복 절차로 가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납세자보호는 꼭 필요한 제도다.
지난 2021년 3월, 납세자보호 업무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관세청 납세자보호 전담부서가 서울세관에 최초로 생겼다. 조세일보는 서울본부세관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을 만나 이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반갑습니다,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을 소개해주세요.
관세청은 관세조사 과정에서 과세결정 완료 이전 단계인 과세전 통지 전까지 납세자 권리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관세조사 전 과정에서 납세자의 실질적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2020년 7월 1일 납세자보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관세조사 과정 속 납세자보호가 행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과세결정 완료 이전(납세자보호:권리보호) → 과세결정 완료 이후 ~ 불복제기기간 이내(관세불복) → 불복제기기간 경과(납세자보호:고충민원) 이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김선화 팀원은 과세전 적부심사(30일), 이의신청(90일) 등 불복 제기기간 이내의 관세불복 업무 및 위원회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안해정 팀원은 과세결정 완료 이전 권리보호, 불복제기기간 경과 후 고충민원 처리 등 납세자보호 업무 및 위원회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중원 팀원은 관세사 관리 등 각종 민원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정수호 납세자보호팀장은 소속팀원들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처리 방향을 제시하고 이행 상황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서울본부세관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
Q. 재량권, 위법한 행위(처분)와 부당한 행위(처분)의 차이와 관련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재량권이란 서울세관 등 행정청이 공익이나 행정 목적에 보다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정한 범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여 행위(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법령에서 규정한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행정 행위(처분)의 경우에는 재량의 하자가 있게 되어 위법한 행위(처분)가 되며, 재량권의 범위 내에 행정 행위(처분)로 공익이나 행정 목적에 반하는 경우에는 부당한 행위(처분)가 됩니다.
위법한 처분 사례, 2008년도에 개인별 잔액이 120만 원 미만인 예금은 압류할 수 없다고 국세징수법 제31조 제13호 및 국세징수법 시행령 제36조에 신설 규정됐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120만 원 미만 예금을 압류하는 것은 행정청에 재량권이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2009년 11월과 2010년 3월 2회에 거쳐 120만 원 미만의 예금을 압류 처분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를 위법한 행위(처분)로 보아 2022년 납세자보호위원회 상정을 통해 압류 해제를 결정했습니다.
부당한 처분 사례, 현행 국세징수법 제57조 제2항 제2호에는 압류와 관계되는 체납액의 일부가 충당된 경우 압류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행정청의 재량으로 압류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세관이 계좌 추심 후 12년간 입금액이 없어, 행정청이 압류유지 실익이 없는 계좌를 압류 해제할 수 있음에도 압류를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는 재량권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행위(처분)는 아닙니다.
그러나 압류 미해제로 민원인의 체납관련 소멸시효(5년)를 영구히 중단시킬 수 있게 돼 소멸시효 제도가 무색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공익이나 행정 목적에 반하는 부당한 행위(처분)로 보아 납세자보호팀은 2022년 납세자보호위원회 상정을 통해 압류 해제를 결정했습니다.
◆…서울본부세관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 정수호 팀장(오른쪽)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Q. 왜 관세조사 과정에서 위법 or 부당한 처분이 발생할까요?
대체로 세관의 위법한 처분은 바뀐 최신 법령을 모르거나, 부당한 처분은 관세 체납액을 받아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납세자의 기본적 권리를 고려하지 않을 때 발생하곤 합니다.
가령 관세조사 과정에서 세관공무원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재량권 이내라도 공익이나 행정목적에 반하여 사용할 경우 위법·부당한 처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관세조사 단계별로 설명하면 조사착수 단계에서는 조사 통지기간 위반과 중복조사, 조사진행 단계에서는 부당한 조사기간 연장과 조사범위 확대 위반, 조사종결 단계에서는 방문조사 후 지나친 결과통지 지연 등으로 절차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세관이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했더라도 관세조사 후 과세가 결정돼, 그에 따른 세액이 납세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줄 수 있어 당사자는 위법·부당한 처분이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Q. 납세자보호 업무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사건을 소개해주세요.
안해정 주무관(권리보호): 서울세관이 관세조사 결과 납세자가 특수관계자에게 쟁점물품을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했다고 판단해 세액을 경정해 통지했습니다. 이후 그 원인을 납세자의 주의 의무 위반으로 보아 추가 납부한 부가가치세에 대해 수정 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 의견을 납세자에게 통보했습니다. 이에 납세자는 통상의 주의 의무로는 정확한 수입신고가 어려운 경우라 주장하며,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을 요청했습니다.
수입세금계산서란 무역거래에서 세관장이 외국의 공급자를 대신해 수입자에게 발행하는 수입 물품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말합니다. 기업은 이를 통해 기납부한 부가세에 대해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사안을 납세자보호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 납세자가 30년간 동일한 방법으로 쟁점물품의 가격을 산출한 점, 처분청이 과거 납세자에 대한 관세조사 시 쟁점물품과 동일한 거래가격 결정방법으로 신고한 유사물품에 대해 추징 없이 심사를 완료한 점, 쟁점물품은 FTA특혜세율이 적용돼 관세율이 0%라서 납세자가 과소 신고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미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수정 수입세금계산서 발급 결정을 했습니다.
수정 수입세금계산서는 납세자의 세금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최종 수정 수입세금계산서 발급 결정으로 납세자의 권리구제가 이뤄질 수 있었고, 납세자보호위원회가 그 역할을 한 것 같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서울본부세관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 (왼쪽부터) 정주원, 안해정 주무관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Q.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을까요?
김선화 주무관(불복청구): 서울본부세관 원산지검증에서 쟁점물품이 원산지 불충족으로 확인돼, 과세전 통지 시 가산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처분청의 가산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과세전 적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관세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 청구인(수입업체)이 6천유로를 초과한 쟁점물품을 수입하기 위해 수출자(스웨덴)에게 한-EU FTA 인증수출자 지위를 확인한 점, 쟁점물품 수입 시 쟁점물품이 원산지상품인지 수차례 이메일 등으로 확인한 점 등을 고려해 납세자에게 심사청구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고 해당 청구를 인용해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대리인(변호사 또는 관세사)도 없이 불복 청구한 청구인이 해외 수출자와 관세당국을 직접 방문하는 등 어려운 회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참고로 한-EU FTA 인증수출자 제도는 6000유로 초과 물품의 수출에 있어 인증수출자만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서울본부세관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 김선화 주무관(왼쪽)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Q.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에서 일하며 힘들었던 순간이나 뿌듯한 점이 있다면?
정수호 팀장: 서울세관이 부과 또는 징수한 처분에 대해서 납세자보호팀이 내부 입장이 아닌 민원인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때때로 그 과정이 힘들고 외롭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납세자보호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의 권리가 보호되었을 때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김선화 주무관: 납세자보호팀에서 일하다 보니 법률지식이 부족하거나 경제적인 여건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원인들이 많음을 목격합니다. 한 분이라도 억울함을 겪지 않도록 공정하게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그 권리를 보호받았을 때는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민원인이 불복청구하는 건들이 다양해서 매번 공부해야 하고, 처분청과 청구인의 의견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심의 결과에 반영하도록 소통하는 일이 어렵지만, 이 또한 제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중원 주무관: 지난달에 어떤 여성분이 현금을 국내로 반입하려면 관세청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온 적이 있습니다. 사정을 알고보니 그분이 채팅으로 알게 된 남자 의사분이 12억원을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반입하는 과정에 300만원의 세금을 관세청에 납부해야 하니, 관세청 직원인 김00 명의의 계좌로 돈을 입금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저는 현금을 해외에서 국내로 반입해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세청은 직원명의 개인 계좌로 세금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분은 제 덕분에 사기를 당하지 않게 됐다고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두바이에 거주하는 의사분이 사기꾼은 아닌 것 같았는데' 하면서 긴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납니다(하하).
안해정 주무관: 저는 납세자 권리 보호업무를 하면서 외국인 민원인들이 해외직구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들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그분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못하고, 저도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민원 해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나은 외국인 민원응대를 위해 요즘은 퇴근하고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대신에 수능시험 때 보던 책으로 영어 공부를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서울본부세관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Q. 향후 계획 등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20년 납세자보호 제도 도입 이후 관세청 최초로 신설된 납세자보호 전담부서의 소속팀이라는 점에서 납세자보호팀 전원은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관세조사의 절차적 정당성․공정성 확보, 관세조사와 납세자 권리 보호 간의 균형, 바람직한 관세조사 문화형성 및 과세품질 제고, 납세자 보호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위법․부당한 관세행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께서는 언제든지 서울세관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팀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납세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