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백설화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대법원은 최근 소송중인 권리에 대한 유증의 경우, "이 사건 유증에 따른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피상속인의 사망일에 성립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수유자에게 주식이 귀속될 수 있을 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위 주식 부분에 대한 상속세를 신고·납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에게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상속인은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가족들에게 나누어 명의신탁을 해두었는데, 그 중 차남 명의 주식의 귀속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함에 따라 피상속인은 차남을 상대로 주식소유권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피상속인은 소유권확인소송이 계속되던 중 "소유권확인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되면 차남 명의의 주식을 손자들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주식소유권확인소송의 1심 법원은 피상속인이 차남 명의 주식의 실질주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상속인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과 상고심 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소유권확인소송이 진행되던 도중에 사망함에 따라, 소유권확인소송에서의 피상속인 승소 판결은 피상속인 사망 이후에 확정되었다.
세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상속이 개시되고 이 때 상속인과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수유자는 피상속인 사망 당시 유증에 따른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았고, 과세관청은 수유자가 상속세 납세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보고 수유자에게 상속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하였다.
그런데 수유자는 과세관청의 상속세 부과처분에 대해, 이 사건 유증은 조건부 유증이므로 '승소판결 확정'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고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유증이 조건부 유증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 성립 시기가 쟁점이 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유증은 조건부 유증에 해당하나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개시일에 성립한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이 사건 유증을 조건부 유증으로 본 원심의 이유 설시가 부적절하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유증의 효력이 상속개시일에 발생하고 같은 날 상속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는 원심의 결론은 긍정하였다.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상속인은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할 당시 이미 차남 명의 주식이 자신의 소유라는 확신에 기초하여, 주식을 수유자에게 유증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언공정증서의 문구를 조건문으로 작성한 것은 유증의 효력을 소송결과에 의존시키려는 의사가 아니라, 당시 소송 상황을 감안하여 주식 이전의 시기와 절차에 대해 정해두려는 취지였다고 판단된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유증이 조건부 유증이 아닌 '소송중인 권리'에 대한 무조건의 유증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세법에서는 유증 목적물의 현실적인 취득을 상속세 납세의무 발생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고, '소송중인 권리'가 상속재산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그 가액평가의 방법에 대해 정하고 있다.
이러한 세법 규정의 해석상 '소송중인 권리'에 대한 유증의 경우, 유증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개시일에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납세자가 권리의 귀속이 분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단 상속세 신고를 하고 추후 확정판결이 있으면 다시 수정신고 또는 경정청구를 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대법원은 이러한 문제를 가산세 면제사유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세법은 납세자에게 의무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경우 납세자의 의무 해태에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가산세를 감면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소송중인 권리의 수유자가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가산세를 감면하도록 하였다.
대법원 판결은 상속세 납세의무 성립 시기에 대하여 일관적인 해석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 납세자를 불확실성에 의한 불합리로부터 보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두36080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