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 피력해 상황 악화시키고 있어"
"대한민국, 신냉전구도 강화에 앞장서거나 편승해서는 안 돼"
"남북대화 선행…그것을 통해 북미대화까지 이끌어야"
"대결 노선만 고집하다가 북미대화 재개될 때 지붕만 쳐다보는 우를 범하게 될 것"
"북한, 핵에 매달리고 과거 회귀하는 것 무모하고 위험…대화의 장으로 돌아와야"
◆…20일 오전 전남 영암군 호텔 현대 바이라한 목포 컨벤션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전남 평화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19 군사합의 파기와 관련해서는 "한반도는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지금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전남 목포 호텔현대에서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대화를 포기하고,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구도가 새롭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며 "대한민국이 신냉전구도 강화에 앞장서거나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평화의 가치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며 "편중외교를 탈피하고 국익을 앞세우는 균형외교로 스스로 평화의 길을 찾고, 더 나아가 평화의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북미 관계와 관련해서는 "남북대화가 선행되고, 그것을 통해 북미대화까지 이끌어야 한다"며 "비핵화도 북미 간 문제로만 미루지 말고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북미대화 재개가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럴 때 우리가 과거처럼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우려되는 것은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지금처럼 대화를 외면하고 대결 노선만 고집하다가는 언젠가 북미대화가 재개될 때 지붕만 쳐다보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향해서는 "다시 핵에 매달리고 대결을 외치며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하다"며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데 대해서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고도화되고 한반도 평화의 길이 더 험난해진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위기를 끝낼 대화에 지체없이 나서는 것, 이것이 지금 남과 북 모두가 해야 할 선택"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전날(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9·19 평양공동선언 기념식에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기존 평화·통일 담론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해졌다"며 "이는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들이지만 현 정부는 그럴 의지도 역량도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동원·정세현·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