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계약 우려 제기한 야당과 언론, 반국가세력인가?'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7월 17일 우리나라(한수원)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정부의 기대감이 한껏 커져갔다.
원전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와 홍보를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원자력 발전소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한다'고 발표하며,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공표했다.
체코 원전 수주 이후 유관 기관들의 협력 속에 원전 계약 성사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잠재된 문제가 터졌다.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를 건설한 미국 회사 웨스팅하우스가 원천 기술을 내세워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어 '지식재산권'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일단 미국 법원은 1심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원고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원전 수출 통제 권한이 미국 정부에만 있다"고 판결하면서 한시름 놓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항소장을 제출해 미국 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 진행되는 11월 대선 역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대선 후보들에게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근을 앞세운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 때문이다. 정치권를 비롯해 소송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가 독자개발이라고 주장하는 한수원의 최신 원전 'APR1400'이 자사(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반론을 어떤 협상력을 발휘해 극복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체코를 방문해 파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체코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체코 기자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법적 분쟁에 대해 어떤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해결책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재권 문제에 대해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는 원전 협력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며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희는 믿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파벨 대통령은 "추가하고 싶은 것은 최종 계약서가 체결되기 전에는 확실한 것은 없다"며 윤 대통령과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을 밝혔다. 파벨 대통령은 이어 "미국과의 분쟁이 성공적으로 해결되리라고 믿지만, 그러나 나쁜 시나리오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런 공동기자회견 내용이 국내에 전해지자, 야당과 언론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발언과 보도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위에 언급한 '파벨 체코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윤 대통령과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그런데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체코 측의 머릿속에 한국 외 다른 파트너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한다며 "세간에서 말하는 정신 승리가 이런 것을 두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체코 언론에서 김건희 여사를 두고 '한국 국가 원수가 사기꾼을 곁에 두고 있나'라는 문장까지 써가면서 김 여사의 각종 의혹들을 다뤘다고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지금은 이 문장이 삭제되었다고는 하지만,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22일 '미국·체코 이중 청구서…원전 수출 잭팟은 없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해 원전 수주 계약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달리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 간 지식재산권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 중재와 소송을 이어간다"는 웨스팅하우스의 입장을 전하면서, "내년 3월 예정된 체코 원전 최종 계약 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짚었다. 최종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체코가 한국에 체코 현지기업의 원전 건설 참여율 60%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에 합의금까지 지급하면 결국 한국 몫으로 돌아올 게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체코의 이중 청구서에 한수원의 원전 수출이 잭팟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보도다.
결국 체코 원전을 바라카 원전 때와 비교해 예상 수익이 약 6조6천억원 가량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현안 브리핑 이후 야당과 비판 언론을 향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4조원 원전수주 쾌거가 본 계약까지 잘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정상일 것이라고 본다. 이를 두고 마치 (체코) 순방 결과가 좋지 않기를 기도하는 양 비판하는 게 과연 공당인 야당이 할 행태인지… 여기 부화뇌동하는 언론은 또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보도하는 건지, 진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다소 감정섞인 반박을 내놓았다.
그는 이어 "어느나라 정당이고, 언론인가?"라며 "안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건지 묻고싶다"고도 했다.
어느 야당과 언론이 국가가 안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는 말인가?
이 관계자의 발언을 듣는 순간 지난 8월 19일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첫날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했다는 '반국가세력' 발언이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이 우리 사회 내부 곳곳에 암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10일 민주평통 미주지역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는 "북한 정권은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자유주의의 가치 체계와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살포하며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다"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과 '반대한민국 세력'을 떠올린 것이 이상한 일인가? 지난 여름 무더위만큼이나 답답함이 밀려온다.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MBC의 소위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소송을 걸고, 언론 역시 국익 우선주의의 희생양이 되도록 강요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일까? 또는 진정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이 깊어간다.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은, 국익이 아닌 진실 보도"라고 명쾌하게 정의한 고 이영희 교수의 말을 떠올리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브리핑장을 빠져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