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측 마감시한 직전 매수가 올려 (고려아연 자사주 매수가에 맞춰 상향 조정)
매수조건 변경...매수가 66만원→75만원→83만원, 마감일 4일 → 재연기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지=각 사 홈페이지]
비철금속 세계 1위 고려아연의 소유권 결정이 다시 미뤄졌다.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있는 영풍그룹이 공개매수 마감시한 직전 다시 매수조건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결정은 다시 16일로 미뤄졌다.
그동안 영풍그룹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최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에서 공개매수를 추진해왔다. 매수가격은 당초 66만원으로 시작했지만, 고려아연측이 공개매수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83만원에 매수하겠다고 밝히자 75만원으로 올렸다.
그리고 공개매수 마감시한인 4일 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가 78만원까지 치솟자 다시 매수조건정정 공시를 내고 매수가격을 83만원으로 상향하고, 매수 규모도 7%였던 당초 조건을 삭제했다. 청약주식 모두들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양 측간의 다툼이 치열해지자 시장과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쪽 모두 지분확보를 넘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또 자금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대규모 차입까지 서슴치 않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갖고 있는 비철금속 세계 1위라는 국내외의 경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이번 경영권 다툼으로 회사의 경영이 흔들리고 세계적인 위상까지 흔들리지는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이 9월 19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소유는 장씨 일가, 경영은 최씨 일가...회사 성장하면서 경영권 마찰
1974년 영풍그룹의 계열사로 설립된 고려아연은, 영풍의 소유주인 장씨 일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동업자였던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올해 정기 주총 당시 장씨 일가의 지분은 32.09%, 최씨 측 지분은 15.35% 였다.
하지만 2022년 8월 부터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한화그룹(7.75%), 현대차그룹(5.05%), LG화학(1.89%) 등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방식을 통해 우호 지분을 34%까지 확보하자,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두고 장씨 일가와 계속 마찰을 빚어 온 것으로 전한다.
결국, 영풍그룹은 지난달 12일 공개매수방침을 발표하고 MBK파트너스와 함께 13일부터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영풍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6.98~14.61%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가 매수가를 다시 75만원으로 조정했다. 기한은 4일 정규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으로 정해졌다. 매수 총금액은 최소 1조원에서 최대 2조7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영풍그룹이 공개매수에서 7%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총 40% 이상 지분을 확보해 최 회장 측 지분 34%를 크게 앞서게 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영풍그룹의 공개매수 추진에 최 회장 측도 지난 2일, 자사주를 83만원에 23일까지 매수하겠다고 대응했다. 75만원이었던 영풍측의 공개매수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렇게 대주주간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면서, 고려아연의 주가는 지난달 13일부터 급등해 5만원대 주식이 1주일만에 7만3000원으로 올랐다. 또 최 회장 측이 자사주를 83만원에 매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또 한번 뛰었다.
영풍이 처음 제시한 공개매수 마감일인 4일 고려아연 주가는 이미 공개매수가격 75만원을 넘어 78만원을 넘나들다가 77만6000원에 마감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