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도 1200억 공제".. 가업상속공제 확대 난항 예상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담은 정부 세법개정안이 '꼼수 상속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 통과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올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가업상속공제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냐"며 "가업상속공제가 아니라 재산 상속"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7월 기재부는 밸류업 우수기업의 매출액 제한을 폐지하고, 밸류업·스케일업 우수기업의 가업상속공제한도를 최대 1200억원까지 확대하며, 기회발전특구 이전·창업기업의 공제한도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차 의원은 수도권 외곽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 증가세에 대해 "빵집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 상승 및 세금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자산가들의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벤처부가 '백년 가게'로 선정한 광명의 한 커피집은 음식점이 아니라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지 않는데, 자산가들이 좋은 자리에 수천 평의 베이커리를 지어놓고 10년이 지나면 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차 의원은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논란과 관련 있는 도이치모터스도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된다고 비판했다. 도이치모터스의 경우, 다른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매출액만 문제가 됐는데, 밸류업 우수기업이 되면 매출액 제한 없이 1200억원의 공제가 가능해진다는 것.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질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밸류업 우수기업이라는 전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오후 이어진 보충질의에서는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유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해 의견을 묻는 차 의원의 질의에 "가업상속공제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아주 예외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공익성과 비례성에 맞춰 제도를 설계했어야 한다"면서 "스케일업의 경우, R&D 지출 기준 7500억의 중견기업으로 보기에는 큰 대기업도 가업상속·승계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어 당초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른 의원들의 추가질의도 이어졌다.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해 올해 세법개정안은 어떤 문제가 있냐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유 교수는 "세법을 이용하면 재벌 계열사까지도 지역발전특구로 이전하는 방법 등을 통해 상속세를 면탈할 수 있게 된다"며 "사실상 지역발전특구가 아니라 조세면탈특구"라고 답했다.

아울러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장회사는 주주들의 것인데 기업상속이 아닌 가업상속이라 말할 수 있냐"고 묻자, 유 교수는 "다른 국가들의 논문을 살펴보니 가업승계·상속 이후 경영효익이 저하되고, 오히려 (가업승계를 받은) 경영자와 주주들 간의 갈등이 커진다는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상장회사는 모든 주주의 것이기 때문에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특정 경영 세습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