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의 실질과 다른 세금계산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제도는 각 거래의 단계마다 판매자가 재화 또는 용역의 값(공급가액)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받아서 과세관청에 신고∙납부하고, 이때 판매자가 그 이전의 매입단계에서 지급하였던 부가가치세는 공제해 주는 이른바 전단계세액공제법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최종 소비자가 소비하는 생산물을 만드는 과정까지 여러단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세무서에서 일일이 거래를 조사 및 감시하여 부가세를 징수하는 것이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과세관청이 각 거래의 단계에서 거래당사자가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 우리 세법은 세금계산서의 교부를 강제함으로써 세금계산서의 매입세액공제 및 과세자료로서의 기능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거래의 정상화 및 과세표준의 양성화를 기하고 근거과세를 확립하려 하고 있다.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뿐 아니라 각 거래당사자의 수입과 비용이 어떻게 발생하였는지를 소상하게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소득세나 법인세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세자료이다.

이처럼 세금계산서가 우리 세법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계산서의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될 경우 과세행정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법은 공급하는 사업자의 등록번호와 성명 또는 명칭,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 작성 연월일 등을 필요적으로 기재하여야 할 사항(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1항 각호)으로 규정하고, 이 항목들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 원칙적으로 매입세액의 공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또한 세금계산서 교부의무의 위반 유형에 따라 공급가액의 1% 내지 3%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부과한다(부가가치세법 제60조). 세금계산서의 중요 기재사항이 사실과 달리 기재되었다면 그에 대해서는 행정벌적 성격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취지이다.

여기에 더하여 조세범처벌법은 재화 또는 용역의 거래는 있으나 세금계산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발급(제10조 제1항)·수취(제10조 제2항)하는 경우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가가치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 나아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거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는 행위(가공세금계산서)는 더 강한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한다(같은 조 제3항,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가가치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 정상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 병과).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가공세금계산서를 수수한 경우에는 위반금액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에 따라 가중처벌 될 수 있다.

이처럼 세금계산서가 우리 세법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가 문제가 되면 그에 대한 제재 역시 상당히 무겁고 중첩되어 있는데,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가 문제되는 사건 중에는 대상판결의 사건과 같이 과세관청이 거래 관련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하여 거래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형식과는 다른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아 거래를 재구성한데서 비롯된 사례가 상당히 많다.

대상판결의 사건에서 원고는 레미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2016년 1월경부터 2017년 9월경까지 A회사 등으로부터 모래, 자갈 등의 골재를 매입하였는데, 2017년 10월경부터는 A회사의 골재를 B회사를 거쳐 매입한 것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았고, 부가가치세 신고 시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였다.

과세관청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수취한 세금계산서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판단하여 매입세액을 불공제하고, 부가가치세법상 가산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과세처분을 하였다.

대상판결의 원심(1심, 2심 종합)은 (i) 부가가치세법상 '세금계산서의 기재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적힌 경우'라 함은 세금계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의 내용이 재화 또는 용역에 관한 당사자 사이에 작성된 거래계약서 등의 형식적인 기재내용에 불구하고 그 재화 또는 용역을 실제로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주체와 가액 및 시기 등과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누617 판결), B회사가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공급자가 A회사에서 B회사로 변경된 시점 이후에도 원고가 A회사에게 직접 골재 주문 등을 처리한 증거 등을 포함하여 과세관청이 제시한 다양한 증거들에 비추어 볼 때 B회사가 원고에게 골재를 공급하였다 보기 어렵고 실제 공급자는 A회사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사건 세금계산서는 공급자가 허위로 기재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고, (ii) 명의상의 거래상대방이 실제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알지 못하였음에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매입세액을 공제할 수 있는 것이나(대법원 1990. 4. 27. 선고, 90누73 판결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두43077 판결) 원고가 제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세금계산서 공급자에 대한 명의위장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이를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과세관청이 제시하는 증거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세금계산서를 교부 받을 당시 B회사가 실제 골재를 공급하는 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의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만큼 상거래의 구조가 복잡다양해지고 있는데, 의외로 상당수의 개인 및 기업들이 세금계산서를 그저 상호간에 거래대금을 확인하는 증서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세관청의 과세정보의 수집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과세관청이 확보한 증거들을 통해 납세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거래를 재구성하여 이를 근거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 관련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곤란을 겪는 납세자가 매년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조세회피의 목적 및 결과가 없고, 거래질서에 중대한 해악을 끼친 경우가 아니라면 과세관청의 입장에서 과도한 제재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근거나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납세자 입장에서도 세금계산서의 의미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의문이 있을 때에는 문제가 되기 전에 국세청이나 자문법인의 문을 두드리는 습관도 필요하다. 대법원 2023.05.18선고 2023두3643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