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준비율 인상의 효과가 콜금리 한번 올린 것과 같다"
최근 자금시장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지난해 11월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년만에 지급준비율 인상 방침을 발표한 후 지금까지 자금시장에서는 양도성예금(CD) 금리가 콜금리 1회 조정폭과 똑같은 0.25%포인트 올랐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준율 인상 발표 다음날인 작년 11월24일 연 4.62%를 나타냈던 CD(91일물) 금리는 작년말 4.86%까지 급등했으며 올해들어서도 이달 5일 4.87%를 기록, 정확히 0.25%포인트 상승했다.
CD금리는 은행 대출금리의 연동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정한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인상으로 바로 이어진다.
한은이 이러한 효과를 의도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준율 인상의 효과가 콜금리를 한번 인상한 것과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실제로 CD금리는 콜금리 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5년 10월부터 작년 8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콜금리가 1.25%포인트 인상되는 동안 CD금리도 연 3.5% 후반대에서 4.8%선까지로 콜금리 인상폭 만큼 상승했다.
다만 CD 금리는 콜금리 인상 움직임이 감지될 때 시장에서 미리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콜금리 인상 발표시점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길게 보면 콜금리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자금시장을 비롯해 경제전반에 심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콜금리 조정 대신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준율 조정이라는 카드를 동원했으나 막상 시장의 움직임은 콜금리 인상과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 내심 흡족한 표정이다.
콜금리 인상은 자금수요자에게 금리부담을 높여 유동성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는데 비해 지준율 인상은 공급자, 즉 은행의 대출여력을 축소시키는 점이 특징이며 콜금리 조정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그러나 막상 지준율 인상 방침이 발표된 후 시중은행들은 지준적립 준비를 위해 자금확보에 나서면서 앞다퉈 CD발행에 나서면서 CD금리 폭등을 초래했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의 전반적인 금리 급등을 불러왔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유동성 흡수, 즉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억제의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달여 기간의 CD금리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지준율 인상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콜금리 인상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CD 금리 인상폭이 콜금리 인상폭과 거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통위가 당분간 콜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우세한 편이어서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은 약한 편이다.
오히려 이달 하순 부가세 납부마감까지 겹치면서 시중의 자금사정이 빠듯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CD 금리 상승세가 지속돼 가계대출 금리 상승을 계속 부채질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