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기업들의 담합(카르텔)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불법행위에 대해 관련법에 의거한 원칙론을 천명하며 기업정책의 고삐를 조일 방침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그동안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해왔던 현대차그룹 부당내부거래 사건을 비롯한 대형 사건의 제재 결과가 잇따라 나올 예정이며, 금융거래정보요구권 상설화를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이나 불법하도급 감시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 등도 추진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권오승 위원장은 지난해 말 종무식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장의 룰을 명확히 하고, 반칙하는 기업에는 엄격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등 공정위의 구상을 반영시키지는 못했지만, 올해는 더 이상 어려운 경제여건을 빌미로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 위원장은 오히려 "내년에는 정치.경제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한 해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과 국민의 기대에 대한 책임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어 올해 시무식에서도 "카르텔이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에 대한 규율 강화를 통해 경쟁원리가 우리 경제의 기본원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대규모기업집단 시책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연말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올해 말로 시효가 만료되는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을 상설화하고 자료보존을 위한 봉인조치 권한 및 이행강제금 도입 등 공정위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어 연초부터 기업이 담당부처나 행정기관의 행정지도에 따라 가격 등을 합의해도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면 위법적인 담합(카르텔) 행위에 해당한다고 원칙론을 선언하고 나섰다.
또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대기업이나 상습위반업체에 대해서는 하도급위반행위를 자진 신고하거나 신고인이 신고를 취하해도 끝까지 조사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강경론'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해는 지난 해부터 진행중이던 현대차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비롯해 정유.설탕.석유화학 등 굵직한 사안들의 처리결과가 잇따라 나올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강공 드라이브'가 예고되고 있다.
석유화학 건의 경우 이미 과징금 규모가 최대 2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으며, 나머지 사안들도 대부분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원리가 확산되는 것이 소비자들의 이익증진이나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원칙을 수립하는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