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오랫동안 개헌 논의를 이끌어왔던 노 대통령이었던 만큼 언젠가는 터뜨릴 의제였지만 왜 하필 이날인가를 두고 정치권 등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청와대 안팎에선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일각에선 연두기자회견에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 시점을 앞당긴 이유를 두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평화의 바다’ 발언의 여파를 잠재우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이병완 비서실장, "지난해 말 국회 끝난 이후 본격 협의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와 관련 청와대 내부 의견조율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실장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내부참모들 간에 지난 해 말 정기국회 이 후부터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됐으며 발표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대통령 일정에도 없는 담화문 발표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올해 대통령 선거 일정도 있고 각 정당의 정치적 스케줄 등을 감안했을 때 적어도 개헌문제가 상반기 중에 끝나고 5월 안에 끝날 경우 각 정당의 정치적 스케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실장은 "올해가 20년 만에 돌아오는 적기(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비슷하게 마쳐지는 시기)이므로 올해 발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만료가 2008년에는 3개월 좁혀져 정치적 타협이 가장 용이한 시기"라며 "올해 개헌을 하지 못하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는 "헌법 개정은 3개월이면 가능하다"며 "차기 정부로 논의자체를 넘기면 차기 대통령은 2013년 2월에 임기가 만료되고 차기 국회의원은 2012년 5월에 임기가 만료되므로 이해 조정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개헌 논의 시기 적절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이 실장은 개헌 발표가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략적 이용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갑작스런 개헌발표‥靑, "오늘 아침 결정돼"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제안이 발표됐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혼선을 거듭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개헌과 관련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 후 청와대 내부 비서관들 역시 사실 여부를 역으로 기자에게 확인하기에 이르른 것.
이날 개헌 논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기자들과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병완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에 각 당 대표들에게 담화문 발표내용을 전화통화를 통해 전하면서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대부분의 기자들 역시 청와대가 각 방송국의 생방송 요청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윤 대변인은 "개헌 논의는 오래 전부터 이뤄졌지만 대통령이 개헌 담화문을 오늘 발표한다는 결정은 오늘 아침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변인은 "미리 발표 소식을 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며 의견조율이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특별담화 발표 시점은 노 대통령이 결정했으며 그 전까지는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일부 관계 수석 및 비서관들만이 내용을 알고 있었고 한명숙 총리도 사전에 언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