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흥주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11일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사를 끝으로 조기 종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흥주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의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큰 고비는 이번 주 안에 다 넘게 되며 제일 신경썼던 것은 금융감독원이었는데 이에 대한 윤곽은 거의 잡혔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1년 초 김씨에게서 돈을 받고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작업을 도와준 혐의 등으로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과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을 8일 구속했고 당시 김씨를 김 부원장에게 소개해줬던 이근영 전 금감원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서울국세청 조사국장 시절인 2001년 서울 강남의 룸살롱에서 과장 1명과 함께 술집 업자에게서 향응을 받은 사실이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됐다가 김씨를 통해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 부분은 사법처리가 어렵다고 잠정 결론지어졌다.
검찰은 이 전 청장과 당시 감찰반원을 차례로 불러 사건 경위와 감찰이 무마된 이유 등을 조사했으나 사건 자체의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2명이 감찰에서 체크됐는데 1명은 사표를 냈고 1명은 국세청장이 됐다. 그 부분에서 잘못된 점이 있었나 봤던 것"이라며 "하지만 직무유기를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3년이고 허위공문서 작성을 적용해도 5년에 불과해 다 지난 일이 된다"고 말했다.
한 전 실장의 경우 1999년 정계에 복귀한 권노갑(67) 전 민주당 고문을 위해 김씨에게 사무실 보증금과 임대료를 대신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한 전 실장을 불러 김씨가 사무실을 마련해준 데 대한 대가로 특혜를 준 일이 있는지를 집중 추궁해 혐의가 확인될 경우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금감원을 주 타깃으로 한 검찰 수사가 어느정도 성과를 내긴 했지만 정관계, 법조계 등에 폭넓게 연루된 `김흥주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는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면키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씨가 주도해온 `형제 모임', `45인회' 등 정관계 비밀 모임의 실체나 모임 회원들의 역할 등이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김씨에 대한 내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검사장과 변호사 시절 김씨와 16억원대 돈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H부장검사 등은 법무부 내부 감찰이 진행되고 있으나 1-2차례 검증 절차를 거친 `과거사'여서 새로운 실체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밖에 김씨가 용인 일대 토지를 이중매도해 중도금 등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검찰 간부 출신 모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과 이 땅을 둘러싼 김씨의 소송사기 혐의 등은 검찰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