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딱 3년째를 맞이한, 아직까지는 '걸음마' 수준의 제도인 셈이죠. 그러나 현금영수증제도가 지금까지 보여준 걸음마의 보폭은 다른 어떤 조세제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넓습니다.
최근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영수증 발급금액은 30조원 규모.
시행 첫 해 18조원에 이어 1.5배 이상 부쩍 자란 것입니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개최된 OECD국세청장회의 당시 우리 나라를 찾은 미국, 중국 국세청장 등이 현금영수증 제도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것에 감탄, 벤치마킹 의사를 표명했을 정도라고 합니다(자세한 내용은 뒤에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정책에는 '양지'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어떤 제도와 정책을 통해 큰 이득을 얻는 계층도 있지만 손해를 보는 계층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평성'이 최대의 덕목인 조세정책에서 균형감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금영수증제도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익층과 손해층은 명확히 구분지어 집니다. 지금부터 한 번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현금영수증제도, 그리고 국민=기록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현금영수증제도로 이득을 보는 층은 역시 국민입니다. 국민들이 발급 받은 30조원은 연말정산시 일정부분 '환급'형태로 다시 되돌려지기 때문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국가도 역시 이득을 보는 축에 속합니다. 국가는 엄청난 행정력을 소비해 가며 자영업자들이 포켓 속에 몰래 찔러 넣는 소득을 일일이 찾아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현금영수증제도만 잘 굴러가게 닦아놓으면 자연스럽게 숨은 세원, 그동안에는 찾아내지 못했던 '세금웅덩이'를 찾아낼 수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세수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세제를 운용하면서 세원이 투명해진 만큼 적절한 선에서 근로자 및 자영자 세부담의 가감을 탄력성있게 조절할 수 있는 정책적 시너지도 얻을 수 있게되지요.
현금영수증제도 정착의 최일선 지휘자인 허종구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이와 관련 "2005년 민간소비지출 424조원 중 공과금 등 209조원을 제외한 215조원 중 161조원이(신용-143조원, 현금 18조원) 신용카드·현금영수증을 통해 과세소득으로 포착됐다"며 현금영수증 시행이전에 비해 과세포착율이 크게 제고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현금영수증 발급금액이 2005년에 비해 12조원이나 늘었다는 점, 최근 제도 개선으로 현금영수증 가맹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나머지 숨은 세원 발굴도 사실상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 현금영수증제도, 그리고 자영업자=그렇다면 손해를 보는 이들은?(사실 손해본다,는 표현이 적절치 못한 부분도 있지만) 역시 '자영업자'들입니다.
사실 자영업자들은 우리나라 소비성향이 '현금위주'로 되어 있었다는 것에 가장 큰 혜택을 본(?) 계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금으로 받은 수입금액은 과세관청 모르게 깜쪽 같이 감출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과세관청이 때마다 "자영업자의 소득누락·탈루를 차단하겠다"는 공약(空約)을 되풀이하는 것도 이 때문인 셈이지요. 그나마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점차적으로 달라지기는 한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현금영수증제도까지 더해졌으니 사업자들로써는 현금소득 누락의 기회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게된 것입니다. 물론 이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투명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문제인 것이지요.
다만 현금영수증제도 시행에 따른 각종 세부담 상승분을 일정기간 흡수해 주는 '균형추'를 심어놨다는 데서 균형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균형추가 사업자들의 희생의 강도를 일정부분 완충해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현금영수증제도, 그리고 국세청=현금영수증제도가 낳은 이익층과 손해층을 나누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부터는 현금영수증제도가 국세청이란 기관에 가져다 준 영향에 대해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위에서도 소개했듯 국세청은 현금영수증제도를 통해 막대한 행정력 낭비요소를 제거할 수 있게됐습니다. 굳이 조사시스템을 가동해 자영자들의 소득탈루를 추적하지 않아도 제도가 창출해 내는 자연스러운 세원발굴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세무조사 등 행정력을 동원한 숨은 세원 찾기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금영수증제도가 완전한 정착기에 접어들 경우 현재의 열악한(?) 상황과는 딴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지요.
현금영수증이 국세청에 안겨준 최대의 성과물 또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국세청이 우수한 조직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모멘트'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선 OECD국세청장회의에서 국세청은 현금영수증제도를 가지고 외국의 국세청장으로부터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여기에 IMF에서도 다른 나라의 현금영수증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제공을 요청하고 인력지원 가능여부를 타진했다고 합니다.
국세청의 입장에서는 대외홍보를 통한 위상제고라는 '쏠쏠한 재미'까지 보고 있는 셈이지요. 행정력 낭비요소 제거(중장기), 세원확보, 그리고 홍보효과까지, 그야말로 1석3조인데요.
이쯤되면 현금영수증제도 시행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계층은 국민도 국가도 아닌 바로 국세청이란 행정기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