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치적 불확실성'에 증시-환율 '흔들'…"변수는 외인 투심·대외 요인"

CNN, BBC,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 韓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 보도

계엄사태 후 4거래일 코스피 100포인트 이상 ↓...외인 순매도 1조원 '썰물'

9일 코스피 하락 장세...△1.42%→△1.38%, 코스닥도 동반 하락 장세

환율도 비상, 1420대 흐름...원·달러 환율 상단 1450 관측(NH투자證) 나와

증권가, 일제히 우리 증시 및 원·달러 환율 위험성 제기...강달러 추세 장기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사태가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의 중요한 변수다" 미국 CNN이 7일(현지시간) 한국의 현 정치 상황을 지켜보며 내놓은 코멘트(논평)다.

영국 BBC,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우리나라 대통령의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도했다. 특히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탄핵 정국)사태가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간)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Fitch)도 계엄 사태 여파로 우리나라 정치적 리스크가 향후 몇 달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직까진 견고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이마저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국가 신용의 하방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국회에 의한 계엄 해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향후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국가 신인도 하락이 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 개시와 동시 하락 출발했다. 9시 17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2%(34.36포인트) 하락한 2393.80을 기록 중이다. 계엄 사태 이후 지난 4일, 5일, 6일 3거래일 약 72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35포인트 떨어지며 4거래일 동안 100포인트 이상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 중에선 코스피가 230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이날 같은 시간 기준 3.14%하락하며 640선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부터 6일 기간 동안 주식을 연속 순매도했고, 이 기간 '팔자' 물량은 1조원을 웃돈다.

환율도 비상이다. 지난 2일 1406.50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이후 5거래일 연속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현재 1428원을 기록하고 있다. 계엄 사태 때 1450대까지 위협하며 초강달러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1400원대 환율은 최근 30년 동안 세 차례 정도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 국가 신용 리스크가 크게 위협받던 시기에 등장했다.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한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NH투자증권 김병원·강승원·권아민 연구원팀은 이날 '한국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의 경우, 각성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한국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여전히 안정적이기 때문에, 신용 등급 하향이나 자산시장의 추가 급변동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과거 탄핵 이슈 사례를 보면 금융시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시 단기적으로 불확실성 해소로 반응했으며, 이후에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연동되었다"면서 "이를 고려해 연간전망에서 제시했던 원·달러 환율 상단 1,450원, 한국 금리 하단 2.4%, 코스피 하단 2250포인트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예상보다 도달 속도가 더 빠를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원·달러 환율 전망과 관련해선 '대외 여건'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강달러 분위기 속 대내 고유 정치 리스크 확대를 고려해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기존 제시한 1,450원 유지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가치 급락했고, 주요국과 금리, 통화가치 변화를 함께 고려해도 짧게 보면 원화 고유 리스크가 확대됐다"면서 "수급 측면에서 자산(내국인의 해외투자)과 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간 차이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의 개입과 의지가 충분하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과거 2016년 직전 탄핵 정국을 복기하면서 "당시 원·달러 환율의 상승 배경은 단연 위안화 환율과 달러 지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2016년 직전 탄핵 정국을 복기해 보면, 원·달러 환율 상승의 가장 높은 설명력을 지닌 것은 단연 위안화 환율과 달러 지수로, 당시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된 경험"이라면서 "대내 정치 리스크와 연동된 단기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나 결국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바꿀 만한 재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연말연초, 내년 1분기 불확실성 지속 가능성 높으나 연간으로 보게 되면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초중반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했다.

즉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미국 시중 금리 상승 우려, 미국 수입 물가 상승 가능성, 관세 시행 우려 및 2025년 기업이익 추정치 하향 등의 요인으로 인한 환율 상승, 금리 하락, 코스피 약세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 것이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코스피 비관론 핵심은 결국 관세"라며 "트럼프 경제 정책은 관세 중심이고 중국 대상 고율관세와 보편관세 부과를 공약했는데, 세부안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주식시장은 이미 주가에 선(先)반영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정치 리스크가 극단적으로 비화되지 않는다면 업종 영향력으로 집중될 전망"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 역시 "정치 불확실성으로 최악 조건(Worst Case) 가능성이 확대됐다"며 "코스피는 5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악재들을 선반영해 왔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유입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과 실망감,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와 수급상황으로 인해 현재 코스피는 작은 변수에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기초체력(펀더멘털), 거시경제(매크로), 투자환경이 변한 것은 아니며, 대외 변수는 긍정적인 변화가 진행 중으로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추가 확산 여부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코스피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도 "정치 불확실성 여파로 체계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외국인의 이탈 유무가 중요하다"며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지수 낙폭은 제한됐으나, 외국인이 순매도 기조를 이어간다면 시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