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체포영장 발부, 불법무효"…공수처 "영장 집행이 원칙"

尹측 "수사권 없는 공수처 청구해 발부된 영장, 위법"
공수처 "尹 체포영장 집행 일정 미정…집행 방식과 시점, 신중히 검토"
"경찰 측과 협의…경찰 기동대 인력 지원, 불가능한 문제 아냐"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수사권 없는 공수처에서 청구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청구하여 발부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법을 위반하여 불법무효"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안 재판이 예상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아닌 서부지방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원칙과 전례에 반하는 일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현직 대통령으로서 수사권한 문제 등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도 발부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8일, 25일,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던 29일까지 3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전날(30일) 오전 0시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날 오전 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이 거듭된 출석 요구에도 불응한 점에서 조사를 위해 강제 신병 확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까지 나서 중복수사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신분인 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이나 경호 문제 등에 대한 협의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소환이 이뤄졌으므로 출석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으므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불법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는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가 적시됐다고 밝혔다. 체포영장 집행 시기와 관련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공조 관계에 있는 경찰과 협의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장 집행 일정에 대한 질문에 "미정"이라며, 이르면 이날 집행하느냐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1월 6일까지"라며 "집행 방식과 시점 등은 신중히 여러 상황을 검토해서 결정할 것"고 밝혔다.

영장 집행 전 윤 대통령 측과 사전에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상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여러 사정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이상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나 구체적인 집행 방법 등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고 경찰 측과 협의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 경찰 기동대에 인력 지원을 요청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도 "논의가 진전돼야 알겠지만, 협조가 전혀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대통령경호처에 영장 집행 방해 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경고 공문을 보내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을 집행한 후 조사는 정부과천종합청사에 위치한 공수처 청사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내부에 별도 조사실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윤 대통령 측이 주장했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한 내란죄 수사권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영장에 내란 우두머리(수괴) 등 명시적인 죄명이 적혀 있지는 않지만, 발부했다는 사실 자체가 수사권 여부에 대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