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걸 모를 때, 뇌가 선택하는 '지름길'은?

9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동일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미국 버지니아공대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지 확신하지 못할 때 타인의 선택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뇌의 의사결정 전략을 계산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국제학술지 '플로스 계산생물학'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맥락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은 개인의 선호와 타인의 선택을 종합한 가치 판단 과정을 거치지만, 개인의 선호가 불분명할 경우 타인의 선택이라는 사회적 정보를 활용해 보다 간단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불확실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섬피질과 배측 전측대상피질(dACC)에 부분 손상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들이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임 실험을 통해, 타인의 선택이 개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보상 범위가 넓은 위험한 옵션과 보상 범위가 좁은 안전한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타인의 선택을 먼저 본 후 결정하거나, 타인의 선택을 보지 않고 결정하는 두 가지 방식을 반복적으로 수행했다.

그 결과, 타인의 선택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확실한 정보를 처리하기 어려워하는 신호가 뇌에서 감지됐다. 반면, 타인의 선택을 본 뒤에는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는 '동조효과'가 나타났고, 특히 뇌 손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불확실한 정보를 처리하기 어려운 개인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계산 모델링 분석 결과, 동조효과는 타인의 선택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려는 개인의 성향과 관련이 있고, 이는 가치평가 과정과는 별개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경향이 뇌 손상 환자뿐만 아니라 개인의 선호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기에도 뚜렷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개인 선호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변 의견에 더 쉽게 영향을 받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개인의 선호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