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 배제한 협상 불가"…트럼프 "우크라도 협상 일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개입 없이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평화 협정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4일 열리는 독일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출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독립국가로서 우리 없이 합의된 어떤 협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어떤 식으로든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면서 "전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우선 순위가 안보 보장이라고 전했는데, 이는 미국의 지원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보다 푸틴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한 것이 미국의 협상 우선순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유쾌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통화 후 작성한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에서도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의 통일된 입장 없이는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과 함께 강력한 입장에서 협상해야 하며,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파트너에게 비용면에서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다'는 주장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 참석에 앞서 존 힐리 영국 국방 장관은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이 있을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목소리가 모든 회담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강요된 평화(dictated peace)'를 거부한다"고 밝혔으며, 독일 국방장관은 "미국이 이미 러시아에 양보를 하고 있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회유책"이라며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협상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나토 국방장관회의 참석 뒤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모두와 평화 협상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완벽한 협상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우려에 우크라이나도 종전 협상의 일부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에는) 우크라이나도 있을 것이고, 러시아도 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푸틴과 젤렌스키 모두와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어야 했다고 누군가 말하지만, 러시아가 협상을 원하는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을 원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미국과 협상에 나설 대표단 구성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포함해 미국과의 향후 협상을 위한 대표단을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회담이 조속히 열릴 필요가 있다"며 "어제 전화 통화에서 간략하게 다뤄진 많은 주제가 의제에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실질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실무 차원에서 실질적인 접촉은 아직 없었다. 어제 푸틴 대통령의 협상 의지가 표명된 사안이라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90분간의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상황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 중동 및 양국 경제 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