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맥주, 소주 등 국내 주류공장 등에서 출고된 술의 양은 총 324만5363㎘.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6조9648억1000만원.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출고량(혹은 금액)을 기록한 주류는 단연 맥주(출고량 181만8588㎘-금액 3조3082억5700만원)였고 '서민술' 소주가 92만9389㎘(금액 2조4184억80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브랜디(포도주를 증류한 술)'는 출고량 8㎘(금액 3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출고량의 고저차이는 아주 단순하게 말해 대한민국 '애주가'의 입맛이 맥주와 소주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류에도 세금이 붙는다. 대표적인 것이 '주세'다. 주류에 세금을 붙이는 이유는 일종의 '규제'성격이 강하다. 주류가 가져오는 사회적 부작용을 주세정책을 통해 조절한다는 취지(지난해 소주세율 인상의 명분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주세는 소비세(간접세)의 일종이다. 즉 소비가 일어나는 곳에서 세수가 창출된다는 뜻이다.
이를 전제로 놓고 볼 때 가장 많은 소비자(인구, 애주가가 많다는 뜻이 아니다)가 밀집된 서울에서 가장 많은 주세 징수가 이뤄져야 '정답'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주세가 가장 많이 징수된 지역은 중부지방국세청 관할지역인 경기·강원지역이었다. 이 지역에서 전체 2조3521억8300만원(이하 결정세액 기준)의 50%에 육박하는 1조0442억6700만원의 주세가 징수됐다.
대전지방국세청 관할지역인 충북지역에서 4287억2900만원, 광주지방국세청 관할인 전북, 부산지방국세청 관할인 경남에서 각각 2769억2600만원, 2925억7100만원의 주세가 징수됐다. 이에 반해 서울지역(서울지방국세청 관할)의 주세는 고작 43억6400만원.
이 같은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비밀은 '징수체계'에 있다.
주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주류제조자(혹은 수입자)에 귀속되어 있다. 즉 주류제조자(주류제조회사)가 주류를 출고하면서 일정한 액수의 주세를 납부하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는 이미 주세가 붙어 시장에 나온 주류를 부가가치세 등만 내고 구입하는 구조다.
이를 전제로 놓고 보면 중부청 관할인 이천지역과 홍천지역에는 대형 주류공장이 위치해 있다. 대전청 관할인 청주지역과 부산청 관할인 경남지역에도 주류공장이 몰려 있다. 그러나 서울에는 그다지 큰 주류공장이 위치해 있지 않다.
결국 주세는 서울이 아닌 특정 지방(지역)에서 뭉텅이로 징수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만약 주세 징수통계를 놓고 '애주가들이 지방지역에 몰려있나'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