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몸은 불편하지만 저희에겐 문 전 검사님은 영원한 특수부 검사로 남아있습니다"
11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왕년의 특수부 검사의 재활을 격려하는 모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997년 서울고검 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떠난 문세영(52.사법시험 23회) 전 검사가 설을 앞둔 지난 16일 저녁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자 그를 기다리던 중년의 남성들이 반갑게 맞았다.
1990년대 초반 서울지검 특수부와 수원지검 특수부 근무 시절 문 전 검사와 함께 일한 검찰 직원과 경찰과 구청 파견 직원 등이 만든 '내사랑 내곁에' 모임 회원들이다.
문 전 검사는 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다.
1989년 광주지검 근무 때 조선대생 이철규씨 변사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망 원인이 타살이 아닌 '실족사'였음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을 받아 서울지검 특수부에 발탁된 문 전 검사는 노태우 정부가 선포한 '범죄와 전쟁'을 선배 검사들과 함께 최전선에서 치러냈다.
'내사랑 내곁에' 회원들은 이 때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한 직원들. 문 전 검사가 1992년 수원지검으로 발령받아 떠난 뒤 수원지검 직원들까지 합류해 회원이 60명까지 불어났다.
문 전 검사는 서울지검 민생특수부에 근무하면서 1991년 연예계 폭력조직 사건, 방송사 PD 비리, 서울대촵이화여대 예체능계 입시부정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처리했다.
당시 민생특수부장은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함승희 전 민주당 의원과 조승식 인천지검장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특수 검사들이 부원으로 그야말로 '드림팀'이었다.
문 전 검사는 직원들과 회식을 해도 술값을 내주는 사람, 이른바 '스폰서'를 데리고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변호사가 주선한 술자리도 마다했다.
당시 수사팀에 근무했던 채성만 서울중구청 민원실장은 "공무원은 돈을 받을 생각을 해선 안된다"며 명절이면 자비를 털어 격려금을 나눠주곤 했다고 한다.
문 전 검사는 그러나 1996년 전주지검 형사부장 시절 파견 국세청 직원의 장모상에 다녀오다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는 차와 충돌해 중태에 빠졌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의식불명 상태까지 갔고,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불운을 겪었다. 사고 11년이 지난 요즘도 휠체어에 의지해야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내사랑 내곁에' 회원들은 모임을 열 때마다 문 전 검사를 초대해 삶에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다. 문 전 검사는 요즘은 과거 검찰 선후배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기억력을 되살려 옛 추억을 꺼내기도 한다고 회원들은 전했다.
당시 수사팀 일원이었던 서초경찰서 오병석 폭력팀장은 "문 전 검사는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대단한 실력을 발휘했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인간미로 직원들을 융화했다"며 빠른 쾌유를 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