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가 여론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李明博) 전 시장에게 연일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날 "대세론에 대해 온몸으로 싸운다"고 했던 손 전 지사는 27일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우포럼 초청 특강에서 과거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이 전 시장의 태도 등을 목청까지 높여가며 비판했다. 그러나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증 공방 속에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을 한 묶음으로 비판하던 종전 태도와 달리 공격 타깃을 이 전 시장 하나로 일원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손 전 지사는 "지금 검증 논쟁이 나오는 데 법과 원칙을 얘기한다면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항과 이의 뒤처리를 하는 과정에 대해 분명히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 처리 과정에서 사람을 빼돌리는 게 법과 원칙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는 왜 안 했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말 한 마디 하고 정책을 내놓으면 한나라당의 특정 예비후보 지지율이 그 만큼 올라가는 데 이는 쏠림현상이지, 이성적 판단이 아니다"며 현재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비정상적으로 왜곡됐다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이 전 시장 때리기'에는 '검증 논쟁' 속에서 소외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성식 정무특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왕 공방이 벌어져 있으니 네거티브 공방을 리더십과 자질 공방으로 바꾸려 하는 것"이라며 "특히 '경제 리더십' 논쟁을 촉발하기 위해 경제를 내세우는 이 전 시장을 계속 거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 전 시장에게 공세를 집중해 '박-이 검증공방'을 '이-손 경제 리더십 공방'으로 치환해보겠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지지층이 많이 겹치는 이 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지지율 답보 상태를 벗어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도 부분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손 전 지사 측은 이날 이 전 시장이 조찬세미나에서 "70,80년대 산업시대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핵심 측근은 "이 전 시장의 발언은 지난 번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 있고, 고3을 4명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 있다"고 한 대전 발언에 이어진 말실수 2탄"이라며 "이는 70,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희생해온 분들에 대한 모독이자 지도자로서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전 시장이 이처럼 70, 80년대의 시대 인식과 향수에만 머무른다면 21세기의 지도자로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